[한미재무학회칼럼]

이민은 경제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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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달포가 지났다. 선거 기간 그가 공언한 과격하고 무리하게 보이는 정책들이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안팎에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한다. 그중에 이민 문제도 있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수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최근 감소하고 있다지만 아직 약 1100만명이나 된다. 이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부당하게 정부 보조와 복지혜택을 받고, 범죄를 저지르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트럼프 반이민정책의 근거다.

이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이미 수많은 연구조사가 있었다. 대체적인 결론은 적법, 불법에 관계없이 이민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고, 특히 미국같이 복합적인 사회에서는 결과적으로 경제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재단(NAS)이 지난 20년간 이민 유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도 이민이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중 800만명 이상이 일을 한다. 이는 전 노동인구의 5%에 해당하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트럼프의 말대로 불법이민자가 대규모로 추방될 경우 우선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대다수의 불법이민자와 초기이민자는 기술직·전문직이 아닌 저소득·단순 근로직(청소, 건설노동, 농장노동 등)에 종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아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나 임금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학력·숙련분야 직종에서는 이민이 오히려 임금상승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됐다. 이민 1세들은 이민자로부터 얻는 이득보다 이들로 인해 부담하는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민 2세대부터는 경제기여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증대하고, 투자가 촉진되며, 정부 세수가 증가하고 따라서 내국인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결론이다. 미국 연준의 최근 보고서도 이민자의 유입으로 2000년 이후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3.5%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다.

또 중요한 사실은 많은 고학력·고소득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의 중심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혁신기업들의 최고경영층과 하이테크 엔지니어 중에 이민자 출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 보호무역 정책은 다양성·개방성을 강조하는 미국 문화, 특히 실리콘밸리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래서 하이테크 두뇌와 전문인력에 대해서도 이민제한정책이 실행될 경우 그동안 세계의 인재를 흡수해 왔던 '혁신 미국'의 바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민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은 인구 고령화를 늦춘다는 점이다. 각국이 저출산·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미국은 젊은층 이민자가 계속 유입되는 탓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제일 낮고 고령화 속도가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적법이건 불법이건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사회의 활력을 높이고 또 기득권주의, 권위주의 따위를 무너뜨리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짧은 역사를 통해 강한 나라로 크게 된 것도 이민자들의 역량과 노력이 결집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전쟁과 난리를 피해 혹은 새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찾아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옮겨가는 인류 대이동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다양성과 개방성의 수용은 글로벌 시대에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과연 찬물을 끼얹을 것인지, 많은 면에서 미국의 경험을 관찰해 온 한국으로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장석정 美 일리노이주립대학교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