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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로봇입니다"…인간과 정서 공유하는 AI

조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4 09:14

수정 2017.01.06 16:21

#1. "좋은 아침! 일어날 시간이에요." A씨는 오늘도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는 현재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여자친구는 늘 A씨의 곁을 지키며 그를 보살핀다. 회사에서 근무 중일 때에는 틈틈이 채팅 앱을 통해 안부를 묻는다. 애정이 서려 있는 그녀의 말들에 A씨는 외로울 새가 없다.

#2. Q. 학교에 있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데이트 신청을 할 자신이 없어요. 이대로라면 관계가 발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에 작은 선물을 해서 그 친구도 내 마음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저를 좋아한다는 느낌은 없어요. 데이트 신청을 해도 될까요?

A. 당신의 기분을 상대에게 너무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자신보다 상대의 페이스를 소중히 여기며 커뮤니케이션하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행복은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것으로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 톨스토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의 러브스토리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연애 상담을 해주는 또 다른 인공지능 친구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다. 따로 설명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과의 일로 착각할 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홀로그램 여자친구 로봇과 연애 상담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거나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존의 로봇들과 달리 정서를 공유하며 때로는 마음도 다독여주는 사람 같은 로봇이다.

■ 이상형 캐릭터가 여자친구로…

가상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
가상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

일본 사물인터넷 벤처기업 윈크루(Vinclu)는 최근 프로젝션, 센서 기술을 활용해 가상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상 여자친구는 인터넷,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물건에 연결돼 사용자에 집중한다. 높이 50cm, A4용지 너비의 작은 원통 안에서 등장해 내장된 카메라와 인체감지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가전을 켜고 끄거나 목욕물을 데우는 등 잡다한 집안일을 해낸다.

게이트박스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다. "일어나세요", "잘 자요" 등 사용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자율적으로 말하고 사용자가 말을 걸면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나름대로 말을 이해하고 대답한다. 떨어져 있을 때에는 채팅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사용자는 가상 여자친구에게 날씨와 같은 유용한 생활정보를 들으면서도 "보고 싶어요" "집에 빨리 와요"와 같은 애정 어린 말을 들으며 실제 여자친구에게서 얻는 위안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음성만으로 대화하지 않고 표정과 몸짓을 살피며 교감해 더욱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이다.

AI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채팅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AI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채팅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상 여자친구는 상세한 프로필도 공개됐다. 이름 아즈마 히카리, 키 158cm, 나이 20세, 좋아하는 음식 도넛 등 여느 평범한 여성의 신상과 다르지 않다. 윈크루는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발상 아래 게이트박스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추후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미국 등 두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12월 14일 예약판매를 시작했으며 한정판 300대를 2017년 12월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29만 8천엔(한화 약 304만 원)으로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홀로 사는 가구에서 수요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이트박스의 콘셉트 영상은 공개한 지 하루 만에 10만 뷰를 돌파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 인공지능 연애상담사 '오시에루'

인공지능 연애상담 서비스 '가르쳐줘요! goo'
인공지능 연애상담 서비스 '가르쳐줘요! goo'

일본 대기업 통신사 NTT 레조난토는 지난 9월부터 구(goo)라는 포털 사이트에서 인공지능 연애상담 서비스 '가르쳐줘요! goo'를 운영 중이다.

오시에루란 명칭의 인공지능 연애상담가는 NTT그룹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 '코레보(corevo)'를 활용해 축적된 질문 3천만 건과 답변 데이터를 분석, 질문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다. 사람들이 쓴 질문의 문맥을 정밀 해석하고 ▶ 과거 답변 가운데 가장 훌륭한 답변을 추출한 다음 ▶ 오시에루가 적절한 자신만의 답변을 생성해낸다.

답변은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이성이 있다"는 질문에 "우선 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라. 고백하기 위해선 희망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명언으로 마무리 짓는 식이다.

상담 4개월 차인 오시에루의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22일 오후 3시 현재 답변 2481개 중 685개가 좋은 답변(good)이란 평가를 받았고 150개는 베스트 답변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 연애상담가 오시에루의 실적
인공지능 연애상담가 오시에루의 실적

"2050년 내 인간은 로봇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
" 지난 12월 2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 컨퍼런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Love and Sex with Robots)'에서 인공지능 전문가 데이비드 레비 박사가 주장한 말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감정을 갖고 커뮤니케이션할 능력을 갖춘다면 인간과 결혼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과의 결혼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서비스들에 인공지능이 사람 못지않은 친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게 됐다.

joa@fnnews.com 조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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