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민연금, 삼성 투자로 6조 수익… 정치권 '합병 손실'만 추궁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7 17:16

수정 2016.12.27 22:06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경영권 안정… 삼성전자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져
국민연금, 주식 수익률 6.2%.. 수익 대부분 삼성전자서 나와
삼성물산도 주가 수준 바닥권.. 정치권은 계속 손실 주장만
국민연금, 삼성 투자로 6조 수익… 정치권 '합병 손실'만 추궁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가의 고공행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40% 넘게 급등하면서 삼성전자 지분 8.82%(3.4분기 기준)를 가진 국민연금이 올해 삼성전자에서만 6조원이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에선 정치권이 주장하는 합병 손실보다 10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에서 지켜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영권 안정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전체적으로는 수조원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수익 6조원 외면

27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과 총투자수익은 각각 6.2%,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대부분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26만원에서 179만8000원(26일 종가)으로 42.7%나 급등했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도 6조5000여억원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면한 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평가 손실에만 집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면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주식 시장을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정치권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병 이후 주가가 하락한 삼성물산 조차도 건설업종 평균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나은 수익률을 올렸다.

삼성물산의 합병 시점 기준인 2015년 5월 22일 주가는 15만9294원이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12만6500원(26일 종가)을 기록했다. 20.58%가 하락한 셈이다. 벤치마크(비교지수)인 건설업종 보다는 덜 빠졌다. 이 기간 건설업종은 149.06에서 111.1로 무려 25.47%나 급락했다.

합병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건설업종 평균 하락률 보다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합병 후 2015년 결산 과정에서 호주 로이힐 등 국내외 프로젝트 관련 예상손실과 우발채무, 자산가치 하락 등 2조6000억 규모의 잠재손실을 반영했다. 기존 제일모직의 가치가 옛 삼성물산의 손실을 방어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흔들리면 삼성전자도 당연히 흔들려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급등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에도 삼성물산 합병이 성공해 그룹 전체 경영권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엘리엇 공격에 무너지면 곧바로 그 공격의 화살은 삼성전자로 향할 것이 분명했다. 실제 엘리엇은 지난 10월 삼성전자에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과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도 요구했다. 특히 30조원의 특별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 환원을 주장해 삼성전자의 중장기경쟁력보다 당장의 현금을 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국민연금 수익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5월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15조원을 비롯해 삼성그룹 주식 23조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다수 전문가들은 삼성물산 합병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가 상승, 지배구조 불확실성의 축소 등을 기대하며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입장도 이 같은 시장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했다.

국민연금 기대처럼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우상 향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삼성물산 합병 직전 135만원에서 179만8000원으로 급등했다. 33.26%나 오른 셈이다. 시가총액도 63조594억원이나 늘었다. 국민연금은 연초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팔아 수익을 챙긴 것을 제외하더라도 5조5618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물산 주가 하락으로 인한 국민연금 손실분 보다 15.5배나 많은 수익을 챙긴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의 주가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 10월 말 16만9500원을 기록, 합병 기준가보다 6.4%나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언제든 반등을 노릴 수 있다.


삼성물산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한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삼성물산 현 시가총액 24조 원은 30% 할인된 상장자회사 지분가치 합과 자체사업 가치의 합인 28조2000억원보다도 14%나 낮다"면서 "현재의 주가 수준이 바닥권으로 다시 볼 수 없을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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