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산 사람은 묵을 수 없습니다".. 日 '시신호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31 11:15

수정 2016.12.31 11:15

일본의 시신호텔 '소우소우'. 외관은 여느 호텔과 비슷하다. 사진=소우소우 공식 홈페이지(sousou.jp.net).
일본의 시신호텔 '소우소우'. 외관은 여느 호텔과 비슷하다. 사진=소우소우 공식 홈페이지(sousou.jp.net).

죽은 사람만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이야기다.

2017년이면 일본 베이비붐 세대 '단카이 세대'의 가장 어린 1947년생이 한국 나이로 일흔(만 68세)이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130만 명이다. 단카이 세대가 80대를 맞이하는 2030년에는 1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 스스로 현 사회를 '다사(多死) 사회'로 부르고 있다.

화장하거나 매장할 장소를 구하지 못하는 '장례식 난민'은 이미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도쿄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도쿄는 매일 평균 300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러나 도내 화장장은 스물여섯 곳뿐이다. 화장장과 장례식장은 늘 붐빈다. 성수기에는 화장까지 일주일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역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쉽게 화장터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구 59만 명의 도시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는 주민 반발로 시내에 공공 화장터를 세우지 못하다가 결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세우기로 결정, 2018년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시신호텔 '소우소우'. 여타 가구 없이 관을 사이에 두고 유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소우소우 공식 홈페이지(sousou.jp.net).
일본의 시신호텔 '소우소우'. 여타 가구 없이 관을 사이에 두고 유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소우소우 공식 홈페이지(sousou.jp.net).

화장 순서를 기다리기까지 시신은 어디에 안치해야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을까. 유족에게는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이에 주목한 사업이 '시신 호텔'이다.

일본에는 가와사키 '소우소우', 오사카 '릴레이션', 요코하마 '라스텔' 등 시신 호텔이 있다. 가와사키시의 소우소우는 도쿄와 근접해 도쿄시민들도 자주 찾는다. 소우소우 기준 이용 금액은 하루 9천 엔(세금 포함, 한화 약 9만 5천 원)이다. 일반 비즈니스 호텔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시신 안치실은 넓이 5평 정도로 관과 유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호텔로 불리지만 숙박 시설은 따로 없다. 여관업법상 호텔로 인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

오사카 릴레이션은 시신 안치뿐 아니라 호텔에서 시신 이송, 안치, 장례, 영결식, 화장까지 하는 45만 엔 상품도 내보였다. 일본 소비자협회가 밝힌 평균 장례비용이 200만 엔에 다다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장례식과 영결식을 생략하면 20만 엔을 밑도는 가격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일본 내 '대대적인 장례식이나 훌륭한 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어 이 같은 소박한 장례 상품은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joa@fnnews.com 조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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