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21세기가 요구하는 국가경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0 17:39

수정 2017.01.10 17:39

[여의나루] 21세기가 요구하는 국가경영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에스토니아라는 작은 국가가 최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분야에서는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45%에 불과하며, 인구 110만의 북유럽의 작은 소국이다. 국토의 절반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유럽의 아마존이라 불리지만, 임업자원 외에는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없는 가난한 국가였다. 하지만 지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초·중·고교 소프트웨어(SW) 교육 의무화 등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GDP)을 무려 15배나 늘렸다. 최근에는 수도 탈린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탈린 밸리'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몰려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민권으로 대표되는 'e-레지던시'와 온라인 공공 서비스 시스템 '엑스로드' 덕분이다.
10분이면 발급 가능한 디지털 시민권(아이디카드)을 이용하면 법인 설립, 계좌 개설, 세금 신고 및 납부 등의 모든 창업·영업활동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진다. 지난해까지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총 135개국 1만4000명에 달하고 이들이 세운 기업은 1000곳에 이른다. 온라인 에스토니아 국민을 10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그들의 목표가 기발하면서도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스타트업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은 문화·경험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다. 지금까지 우리는 뛰어난 소수의 인재, 엘리트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외부와 교류하는 데 인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과 인재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인재 경쟁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28위에서 불과 2년 만인 2015년에 37위로 하락했다. 하루빨리 인재 전쟁에 대한 채비를 갖춰야 할 때지만 해외 인재들에게 우리의 문턱은 턱없이 높다. 외국인의 국내 취업, 창업비자는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장시간의 비자심사, 발급기간으로 인해 유연한 인력활용이 어렵다. 단적인 예로 대학중퇴 학력의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하지도 창업을 하지도 못한다. 외국인이 국내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직하려면 국내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해외에서 학사 이상의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창업 비자를 받으려면 학사 이상의 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늦었지만 정부는 인구절벽에 대응해 이민.외국인.다문화정책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범부처적 글로벌 우수인재 유치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부족하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피부색이 아닌 다양성에 기반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글로벌 인재들이 필수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를 맞았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국가전략으로 내세웠다. 요지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후하게 대접함으로써 세계의 인재, 유망 스타트업이 미국에 정착하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과 같은 미국의 대기업들이 해외 인재와 스타트업을 우대하자 수많은 해외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몰려들었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혁신을 주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10%에 달했던 미국 실업률이 최근 4%대까지 하락한 것은 이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인재의 유입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해외 인재 유치에 발벗고 나설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약력 △59세 △항공대 항공통신공학 △연세대 전자공학 석사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 △KT 부사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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