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클릭] 미국산 계란 수입, 괜찮을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0 17:57

수정 2017.01.10 17:57

[현장클릭] 미국산 계란 수입, 괜찮을까

질문!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계란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우리 식품을 소관하는 정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답변은 오락가락이다. 통상 20~35일 정도로 알고 있는 계란의 유통기한에 대해 정부가 애매모호한 태도로 정확한 일수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AI 확산 탓에 급등한 계란값을 잡기 위해 미국산 계란 수입 계획을 밝혔는데, 선박으로 계란을 들여올 경우 필연적으로 유통기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홍콩의 경우 모든 식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계란도 예외가 아니다. 운송비 탓에 대부분 선박의 '냉장유통' 컨테이너에 실어서 운송을 하는데 이 경우 유통기한을 66일로 둔다"며 "식품의 품질이 유지되는 유통기한은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표기하도록 돼있다. 우리 역시 '냉장유통'으로 가지고 온다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
국제적인 기준이 66일까지이니 이를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통기한은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정부의 입장에도 적지않은 궁금증이 남는다. 우선은 '그렇다면 우리 양계농가는 국제기준이 66일인데 지금껏 왜 20~35일에 맞추느라 손해를 감수해왔던 것인가'하는 점이다. 다음은 '과연 정부 주장대로 계란의 국제적인 유통기한이 66일이 맞느냐'하는 점이다. 우리가 계란을 사오는 미국에서조차 유통기한 표시의무는 주마다 다르지만 '30~45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미국산 계란의 문제는 유통기한뿐만이 아니다. 기존 8~30% 하던 관세를 할당관세를 적용해 0%로 만들고, 항공과 선박운송비의 50%를 세금으로 부담하면 미국산 계란을 한 알에 300원가량의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알려진 대로 이미 유통업체 한 곳이 미국산 계란 164만개를 설 전에 항공편으로 들여온다. 얼핏 그럴 듯하지만 따져보면 미국산 계란의 '시장성'은 떨어진다. 당장 가격 측면에서만 봐도 현재 폭등한 계란값을 잡는 데엔 도움이 안된다.

9일 현재 국내 산란계(알 낳는 닭)의 32.9%(2330만수)가 살처분됐고, 이 탓에 하루에 생산되는 계란은 4300만개에서 3000만개로 1300만개 줄었다. 5493원이던 계란 한 판의 소비자가격도 8960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판 값을 감안하면, 국내산 계란 한 알 가격은 300원에 못 미친다. 신선도는 떨어지고 값은 오히려 비싼 미국산 계란을 사먹을 이는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유통업자가 수입해온 미국산 계란값을 임의대로 낮출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결국 품질도 장담하지 못하고, 시장성도 떨어지는 미국산 계란 수입에 정부가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셈이 된다.
이번 계란수급 대책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내놓은 '전시성 행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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