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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면 나오는 재벌개혁.. 한국경제 흔드는 ‘票퓰리즘’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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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잠룡들 개혁 한목소리
문재인 "4대재벌 집중개혁" 이재명도 ‘재벌해체’ 요구
유승민.남경필도 개혁 주장
기업 아닌 ‘경제 때리기’
최순실發 촛불민심에 기댄 반기업정서 조장 발언들 결국 기업경쟁력 악화시켜
경제전문가들의 충고.. 이미 10년전부터 나온 얘기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 부의 불평등부터 논의해야


여야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며 연일 '재벌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은 물론 성난 촛불민심에 놀란 여권 내부에서도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잠룡들도 경쟁적으로 재벌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재벌개혁 공약이 현실 경제를 고려한 건전한 논의가 아닌, 인기영합적 발상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겨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경제의 활력을 낮추고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대선 잠룡 "재벌 무너뜨리자"

현재까지 재벌개혁 방안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선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이 구상한 4대 재벌 집중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산분리로 재벌과 금융을 분리시키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벌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특히 삼성.현대차.SK.LG 등을 집중 견제해 양극화를 해소시키고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야권 대선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체제 개혁을 넘어 '재벌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 재벌기업을 재벌가문으로부터 분리시켜 지배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해결책을 주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은 '우리'를 뜻하는 '위(w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위코노믹스(Weconomics)'를 경제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재벌 소유 지배구조 해체와 대기업 특권.특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강화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하며 재벌 개혁을 한국 사회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보수성향의 바른정당 소속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재벌해체보다 재벌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제안 한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국가가 플랫폼을 깔아주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공유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른정당 창당을 이끈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정강정책에 재벌개혁을 명시하는 한편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재벌개혁 내용이 담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중점 법안으로 나란히 선정했다. 새누리당도 지난 9일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재벌개혁 논의에 가세했다.

■'경제와의 전쟁' 선포…반기업 정서 조장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저마다의 '재벌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개혁안에 무리수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정치권이 경제하고 전쟁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최 부원장은 "정치권이 기업을 적대시하는 듯한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촛불 민심을 이용해서 무리하게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정치 의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발표한 재벌개혁방안에 대해선 "4대 그룹을 겨냥해서 정밀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정치적인 발상"이라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2금융권의 은산분리 시도도 무리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순실게이트로 드러난 정경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스스로의 문제는 놔두고 기업만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대선주자들이 발표하는 재벌개혁안과 관련해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들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등 기업 내부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부의 불평등이나 산업계 구조 개혁 등과 관련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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