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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관저에서 시작한 청와대 터, 옮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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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형포럼서 강연한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메타시티 서울- 서울의 새로운 도시전략 주제로 강연
"백악관 처럼 시민눈높이에 맞춘 지역서 바른통치 나와"


승효상 이로재 대표
대선이 열리는 올해, 일부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이전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사진)가 "청와대를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이전 논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시작이 조선총독 관저이고, 청와대 건축양식 또한 콘크리트로 목조 흉내를 낸 봉건왕조 건축의 '짝퉁'임을 지적, 과도하게 큰 규모의 공간이 통치자의 허위적 위세만 높인다는 것이다.

승 대표는 1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메타시티 서울-서울의 새로운 도시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미국 백악관이 평지에 있듯이 시민 눈높이에 맞추는 지역에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며 "세종시로 가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승 대표는 "일제가 조선왕조가 만든 것을 폄하하려고 총독관저를 경복궁 뒤쪽에 만들었고 그것이 경무대, 청와대로 됐다"며 "현재의 청와대 건축도 노태우 대통령 때 만들어졌는데 목조 양식을 콘크리트로 해서 어설프다"고 비판했다.

보통 정통성이 없는 정권일수록 옛날 왕조를 의지하는데 청와대도 조선왕조 형식을 본떠 만드는 바람에 과도하게 큰 공간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큰 공간의 지배를 받으면 공간에 사는 사람의 생각이 허무해지고 진실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승 대표는 "참여정부 때 비서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당시 청와대를 옮기지 않으면 (대통령들의) 말년이 불행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며 "아무리 민주적인 사람이라도 허위적 위세에 휩싸일수 있어 거기 살던 사람은 불행해진다. 결국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치자는 무릇 건축을 잘 알아야 한다"며 "건축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사람이 히틀러로 그는 건축 형태를 가지고 자신을 신격화하려 했고 이를 통해 민심 조작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행정 형태는 건축의 형태로 남는다. 도시 형태로 전체를 선동할 수 있다"며 "건축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남의 삶에 애정을 가지는 마인드가 있어야 바른 통치를 할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역임한 승 대표는 더 이상 확장.팽창하는 '메가시티'가 아닌 내적인 성장을 이루는 '메타시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 대표는 "우리나라 신도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야합으로 만든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기 임기 내에 뭔가를 만들어야 하니까 서구 사회에서 폐기된 도시이론을 들고와서 단순 하드웨어인 아파트단지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도시 또는 사는 곳의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는 일이 건축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승 대표는 "우리나라 건축은 작은 것들이 모여서 공유하는 것이 아름다움인데 외국 도시를 담는다며 랜드마크를 심으면서 도시 풍경을 버리기 시작했다"며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외형적으로 발전했지만 서울에서의 삶이 과연 행복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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