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스피드는 포기 못 해” 고속도로 1차로는 여전히...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4 09:00

수정 2017.06.04 20:40

"뒤차가 과속이라도 앞차가 비켜줘야" VS "제한최고속력도 모자라 굳이 앞차까지 추월하려고?“
경찰청의 결론에도 1차로 논쟁은 계속... 개정안이 오히려 과속 장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청은 지난 6일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골자는 지정차로제를 현실에 맞게 바꾼 것입니다. 개정안 내용 중 가장 운전자의 관심을 끌었던 사항은 고속도로 1차로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찰청은 입법예고문에서 “고속도로에서 교통 정체로 인하여 1차로(추월차로)에서 최고속도로 통행이 불가능한 경우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해당 차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행법으로만 보면 고속도로 1차로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추월을 위해 잠깐 이용하고 다시 2차로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한데 이를 모르거나 알아도 지키지 않는 등 사문화된 법이 운전자 간 갈등을 불렀습니다. 이를 경찰청이 뒤늦게 인지하고 개정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여건은 추월차선을 따로 운영할 만큼 충분치 않습니다. 편도 4차선 도로를 예로 들면 버스전용차로와 1차로(추월차로)를 제외하면 2개 주행차로밖에 남지 않습니다. 교통량이 조금만 늘어도 2개의 차선으로는 고속도로다운 속력을 낼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1차로로 차량이 몰립니다. 그러나 다시 2차로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전거리 확보도 어렵고, 그렇게 앞차를 추월해봤자 2차로는 여전히 답답합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1차로로 쭉 달리다 보면 추월차로 개념은 사라지고 모두 주행차로가 됩니다.

이때 1차로를 사실상 주행차로로 쓰는 운전자끼리 다른 의견으로 갈립니다. 한쪽은 “느린 앞차가 비키는 게 흐름에 좋다" 혹은 “100km/h 도로에서 100km/h로는 추월할 수 없으니 과속이 불가피하다" 라는 주장입니다. 반대쪽은 "과속 차가 규정속도 차에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혹은 "규정최고속력으로 달리는 앞차를 굳이 추월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것“ 이라는 주장입니다.

현행법으로만 보면 둘 다 지정차로제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오래된 논쟁에 지난해 9월 마침표를 찍어 줬습니다. “법규 위반 차량끼리 권리를 다툰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규정최고속력으로 달리는 차량에 과속하는 뒤차가 비켜달라 할 수 없다”라는 결론입니다. 추월차로라도 제한속력이 있으므로 과속차량을 위해 비과속차량이 길을 비켜야 한다는 논리는 도로교통법상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관련기사 : [뭐 이런 걸 다..] “다 비켜 과속할 거야” 고속도로 1차로 논쟁)

하지만 여전히 이에 동조하지 않은 운전자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 중 경찰청 결론에 반대하는 의견을 종합해보면 “느린 차가 비켜주는 게 교통 흐름에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장의 근거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에도 차로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앞차의 양보 의무가 없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 교통 전문가들의 공학적 시뮬레이션 결과도 “과속하는 차량이 나타나면 다른 차들의 안정적인 주행에 방해되고 유령정체가 유발된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교통량을 무시하고 빨리 가려는 차량이 있으면 주변 차량은 이를 피하고자 차선 변경을 시도하거나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게 됩니다. 그러면 연쇄적으로 다른 차들에까지 영향을 끼쳐 전체 도로 위 차량 속력이 모두 줄어듭니다. 이게 결국 유령정체의 원인이라는 말입니다.

한편, 일부 운전자는 고속도로 1차로를 달리는 차량을 2차로 뒤에서 따라붙어 블랙박스 영상에 담아 지정차로제 위반으로 기관에 신고해 과태료를 물게 합니다. 이를 자동차커뮤니티에 “지정차로제 위반 차량에 ‘상품권’을 보내줬다”면서 영상과 함께 올리기도 합니다. ‘상품권’이란 ‘과태료 고지서’를 뜻하는 은어입니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운전자도 할 말은 있습니다. “2차로에서 제 속력을 내지 못하니 1차로로 나왔고 다시 복귀도 불가능해 과속하지 않은 채로 달린 것뿐”이라는 항변입니다. “1차로에서 과속하려는 차량이 정속주행하는 차량 탓에 스피드를 즐기지 못해 골탕먹이려고 신고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여태껏 추월차로에 관한 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이처럼 운전자 간 불신이 일어났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이용한 신고가 지정차로제 위반을 지키자는 취지이지만 무언가 개운치 않은 세태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현실을 반영해 일정 조건에 도달하면 1차로도 주행차로로 쓰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론을 살펴보니 많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제한최고속력을 못내면 1차로로 달릴 수 있다”로 오인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분명히 1차로 속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1차로>에서 최고속력 주행이 불가능하면 계속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제한속력이 100km/h인 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1차로로 나왔는데 1차로에서조차 90km/h 밖에 안 나오면 2차로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주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그러다가 100km/h로 달릴 수 있으면 2차로로 돌아가야 합니다. 개정안을 잘못 해석해 2차로에서 100km/h를 낼 수 없다고 무조건 1차로를 주행차로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또한, 1차로에서 앞차가 제한최고속력으로 지속주행하며 지정차로제를 위반하더라도 뒤에서 위협 운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뒤차도 제한최고속력 이상이라면 2차로로 복귀해야하는 처지인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편, 앞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교통량이 적은 상황에서는 1차로는 추월차로로 깨끗이 비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속력을 내기에 좋은 환경이 되므로 과속 단속 강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이제 지친다는 운전자도 많습니다. 경찰청의 이번 개정안은 갈등을 다소 줄여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의 불가피한 틈이 또다시 드러나, 여전히 운전자의 숙제로 남을 것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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