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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50~90% 인하" 전자책의 숨겨진 민낯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4 09:00

수정 2017.01.14 09:00

전자책 '장기 대여 서비스'에 의견 분분
"도서정가제를 피하려는 꼼수" vs. "대여를 통해서라도 전자책 접할 기회 줘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자책 업계가 장기 대여 서비스를 도입한 가운데 도서정가제 위반이라는 목소리와 판매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중소형 서점과 출판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 출판 유통사의 공세를 막는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2012년 전자책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됐고, 2014년부터는 전자책의 할인 범위가 기존 정가의 20% 이내에서 15% 이내로 조정(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 수정안)됐다. 규제 이후 전자책 시장 성장률은 2011년 37.1%에서 2012년 18.9%, 2013년 9.7%, 2014년 10.9%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결국 전자책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로 ‘장기 대여’란 개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전자책 장기 대여는 10~50년 동안 정가의 50~90%를 할인해 책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구매로 봐도 무방하지만 빌려준다는 개념으로 초특가 할인을 진행하는 셈이다.

■ "전자책 대여는 도서정가제를 피해가려는 꼼수"

현재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대형 업체는 전자책 장기대여 서비스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결제액을 모두 포인트로 전환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 전재수 의원을 비롯해 10명의 국회의원들은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는 전자출판물을 무료로 대여하거나 이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전자책 유통 업체들이 무료 대여 서비스를 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소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책 장기 대여 서비스는 지역에서 종이책을 판대하는 서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전자책도 엄연히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인데 이를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여를 통해서라도 전자책 접할 기회를 줘야”

한편, 국내에서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대여’란 방법을 통해서라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2015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조원 규모의 한국 전체 도서 시장 중 전자책의 비중은 1.9%(2014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시장 성장률도 2011년 37.1%에서 2014년 10.9%로 급감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도서로 독자를 먼저 끌어들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국디지털퍼블리싱센터의 한 관계자는 "전자책의 장기 대여 이벤트는 박리다매, 콘텐츠 홍보 측면에서는 출판사와 독자 모두에게 득이 되기도 한다”며 “출판사 입장에서는 도서의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판매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여 서비스는 전자책의 판매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7년 새해를 맞아 전자책에 입문했다는 이지수(가명·29)씨는 "예스24, 리디북스 등에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전자책 단말기까지 구입한 상태다"라며 "전자책과 종이책의 판매 방식이 같다면 전자책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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