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사드와 유커 사이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6 17:08

수정 2017.01.16 17:08

[차장칼럼] 사드와 유커 사이

부시 행정부에서 실전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MD)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우주과학기술이 총결집된 시스템이다. 원래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제안한 '스타워즈'가 시효다. 너무 거창하고 공상적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폐기됐다가 클린턴 행정부를 거치면서 조금씩 가다듬어졌고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사일은 상승·중간·종말 단계를 거쳐 목표물에 도달한다. 미사일방어체계는 단계별로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사전에 탐지·요격하도록 돼 있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면 미국을 향해 발사된 적국의 미사일은 상승단계에서 1~2번, 대기권을 벗어난 중간단계에서 1~2번, 종말단계에서 3번 등 모두 5~7번에 달하는 요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직 상승단계 요격을 맡을 무기는 개발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 미사일이 대기권에 도달한 이후를 말하는 중간단계와 마지막 단계인 종말단계에서는 이미 개발된 다양한 미사일이 동원된다. 함정발사 요격미사일인 SM-3와 GBI 미사일은 중간단계, 요즘 국내 배치 여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은 종말단계를 맡는다. 종말단계에서는 고도 300㎞ 이상을 담당하는 것이 SM-3이고 중간고도 이상을 담당하는 것이 사드, 중간 이하를 맡는 것이 패트리엇 미사일이다.

그러니까 사드는 거대한 미사일방어체계의 한 부분으로 MD에서 분리해 놓으면 큰 전략적 가치나 효용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무기다. 그런데 중국이 사드 배치를 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드의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한국이 자체 MD를 구축해 독자적으로 운용하면서 그중 한 부분을 사드로 채운 것이라면 모르지만 미국이 운용하는 MD체계의 일부인 사드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시각인 셈이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한국 드라마의 중국 진출도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결정된 사드배치 방침을 철회한다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쉽사리 철회를 결정할 상황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제3의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의 공식 입장이 '미군의 일부인 사드라서 안 된다'는 것이라면 그냥 한국이 방어체계 한 세트를 모두 가지면 될 것이다. 예컨대 SM-3나 GBI 미사일, 혹은 동급의 다른 미사일을 추가 도입해 독자적 방어체계를 갖추는 방식이다.
물론 돈이야 지금보다 더 들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여서 수출기업이 고사하는 걸 방관하는 것보다야 낫고, 비록 외국산 무기라고 해도 우리 뜻대로 움직이는 방어체계가 있다면 안보 측면에서도 낫지 않을까 싶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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