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청년 실업, 해법은 없는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9 16:52

수정 2017.01.19 22:08

[여의나루] 청년 실업, 해법은 없는가

청춘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취업난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최고치를 경신해 지난해 말 9.8%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날이 치솟고 있는 실업률도 청년의 취업난 고통을 대변하지 못한다. 청년 중 취업하고 있지 않거나 교육을 받고 있지 않거나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NEET)의 비율이 18%에 이른다. 따라서 사실상의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의 취업 고통은 니트 비율보다도 훨씬 더 높은 데 있다. 어렵게 취업한 청년의 24%는 자신의 학력이나 능력수준에 비해 낮은 일자리에, 즉 하향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5년에 신규취업 청년 일자리 중 64%가 비정규직 일자리로 나타났다. 따라서 취업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청년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취업 장벽 앞에서 절망한 청춘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해 나라의 지속가능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꿈을 포기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청년들은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칭하며 자기비하에 빠져들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역대 정부는 그간 수십 차례의 청년실업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그럼에도 왜 청년 취업난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을까. 그것은 청년 취업난을 가져온 원인과 정부의 대책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킨 근본원인은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있는데, 그간 정부의 대책은 구조개선에 소홀했다.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청년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심화,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및 분단 고착이다. 고졸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비해 이들이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왜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을 고집하는가. 대기업 정규직은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3배나 높고 근속기간은 6배나 길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기업 복지도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근로조건의 양극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와 분단 현상도 굳어져 왔다. 그리하여 일단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장래에도 희망하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옮겨가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안정을 제고해 이들 부문의 일자리 매력을 높여야 한다. 시장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거래를 강화하고,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한 제도도 획기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노동조합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만을 위해 임금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임금인상 합의를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근로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대기업의 근로시간 단축과 신규채용 확대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입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이 신음하면 온 가족이 아프고 사회는 활력을 상실한다.
더 늦기 전에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구조개선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