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경제전문가들을 응원하는 이유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9 16:56

수정 2017.01.19 16:56

[기자수첩] 경제전문가들을 응원하는 이유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상.하방 리스크가 많다는 것이죠. 전망은 말 그대로 전망일 뿐 계속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취재 중에 만난 국내 한 경제학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얼마 전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고 분석을 요청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예단하기 어렵다"인 것 같다. 이해는 된다. 시국이 어지럽고 세계 정세도 만만찮게 혼란스러우니 전문성이 없다고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도 그런 것이 경제이론과 현실이 유난히 별개로 움직이는 요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만원에 두 판 살 수 있었던 계란을 이제는 한 판밖에 못 사는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대에 머문다고 한다. '초저금리' 시대라고 해도 저축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체감하기로는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차이가 하늘과 땅 사이보다 멀지만,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최근 몇 분기 '지니계수'는 오히려 개선됐다.

올해는 세계 경제, 한국 경제가 최근의 이런 역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한 해다. 온갖 장애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경제라서다. 현상이 똑같다고 같은 처방이 먹히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위안거리일 수 있겠다. 한 번의 경기침체는 정부 개입으로 극복했는데, 그다음 침체는 시장주의로 벗어나는 식이다.

어차피 실업이나 조세, 부채 문제를 잡는 데 정해진 답이란 건 없다. 수도 없이 많은 경제이론이 탄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해결했던 인플레이션이 언젠가부터 정부 개입 없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는 경제학에 '시장실패'란 용어를 새로 넣었다. 이론은 끊임없이 가지를 쳐 내려가고, 새로 탄생하고 없어진다.

이것이 기회일 수 있다. 사방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지금,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애덤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만 알고 '시장실패'는 몰랐던 것 아닌가.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어려움을 해결할지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예단하기 어렵다"고만 반복하는 경제 관료와 학자, 은행가와 투자가를 조용히 응원해보려 한다.
이들 손에 의해 경제학이 다시 쓰일 일이 올해 한 번쯤은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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