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무능의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쟁자보다 300만표 가까이 덜 받았지만 당선됐다. 그는 민주당 경쟁자들보다 1300만표를 덜 받았지만 다수당이 된 공화당 상원과 함께 일하게 된다. 오직 폴 라이언 의장이 이끄는 하원에서만 공화당이 55% 지지율로 다수당이 됐다.

트럼프는 또 50%를 밑도는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 같은 지지율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체제 정부가 실상 비민주적인 것이다. 또 다른 유례없는 사실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자질을 갖췄다고 보는 이들이 여당에서도 매우 소수이고, 민주당에서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현상은 오랜 기간 잉태돼 온 것이다. 적절한 지식, 지성, 기질, 지켜야 할 가치를 갖고 있던 조지 H 부시를 제외하곤 온전한 자질을 갖춘 공화당 대통령 취임은 1957년 이후로는 없었다. 리처드 닉슨의 지식과 지성에 단서를 다는 이들은 없지만 대부분은 그의 기질과 가치가 부족하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직에 필요한 지식과 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인 피터 젠킨스에 따르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레이건에 대해 "불쌍한 사람, 귀 사이에 아무것도 없구려"라고 말할 정도였다. 취임 당일 레이건의 자질 부족 문제는 취임 69일째 터진 암살시도 실패로 그가 부상한 뒤 시간이 가면서 잊혔고, 그 뒤로는 그가 알츠하이머로 고생받으면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레이건의 기질과 가치(뭉뚱그려 말해서)는 대통령직에 걸맞은 것들이었다. 그는 스타라고 해서 우두머리가 됐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배우로서 또 미 대통령으로서 레이건은 명석했고, 헌신적이었으며, 전문가들이 그의 대사를 쓰고, 자신의 움직임을 감독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는 자신의 일은 스크린에 나오는 것으로 카메라 뒤에 있는 이들, 또 촬영 뒤 편집실에서 최종본을 책임지는 이들을 간섭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지 W 부시가 2001년 취임했을 때 대부분 관측통들이 예상한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현명한 보좌관들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소탈한 치어리더여야 했다. 그러나 아들 부시는 자신을 그저 스타일뿐만 아니라 '결정자'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또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970년대에는 노련한 정책담당자였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실수가 잦았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부시는 이들 둘과 딱 붙어지냈고, 그로 인해 그의 운명이 결정됐다.

분명 트럼프는 부시 대통령의 연임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스타라는 걸 아는 것과 동시에 그가 우두머리로서의 지식과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도 갖고 있다. 그는 아마도 선거가 끝났고, 자신이 새로운 역할에 있어 재앙적으로 또 영원히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수백만 미국인이 미래에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는 잘못된 또는 실현 불가능한 트럼프의 정책 이니셔티브를 각 주의 차원에서 중성화하도록 해야 한다. 주의회의 민주당과 원칙론자 공화당 의원들이 공조해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세금이 미국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프로그램에 흘러들도록 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공화당 상원이 민주당보다 1300만표 적게 받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각성시켜야 한다. 또 라이언 하원의장에게는 2001~2008년 부시 행정부의 신빙성 낮은 경제·외교정책을 지지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명백히 잘못된 행정부이더라도 당파적인 맹목적 지지는 국가에 대한 봉사가 아님을 상기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게 잘못된다면 우리는 경쟁자보다 거의 300만표나 뒤지고도 당선된 인기 없는 대통령에 대한 저항은 그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리얼리티 TV가 된다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