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법권 흔드는 ‘여론재판’.. 정치권까지 가세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0 17:58

수정 2017.01.20 20:09

아들 없는 조의연 판사.. "아들이 삼성 취업 약속 받았다" 악성루머에 시달려
사실 왜곡한 루머 판쳐, 야권도 법원 판단에 맹비난.. 사법 독립성 훼손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박영수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상대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난이 폭주해 법조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을 왜곡해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것인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없는 아들이 삼성 취업 확약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조의연 부장판사가 삼성 장학금을 받았다거나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등의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이어 "심지어 아들이 없는데도 이런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조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조 부장판사가 대학시절부터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아온 장학생이고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는 등의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특히 조 부장판사 이름이 하루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법원에는 조 부장판사를 찾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정치권과 일부 학계 역시 법원 비난에 가세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삼성의 벽을 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못 넘었다. 법리를 앞세워 돈으로 주무르는 권력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우리나라 권력서열 0순위가 바로 삼성"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용 구속 요청은 '여론재판'이 아니다. 특검이 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재용이라는 시민에 대한 응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이 격리돼 있어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데 조의연 판사는 이 점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영장을 기각했겠느냐.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면 정의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느냐"며 "삼성이 정경유착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적극적으로 권력과 부당거래를 하게 된 데는 공정하지 못한 사법부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의 포로가 된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검 메모에는 증거 인멸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런 메모에 눈을 감고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불편을 운운하며 영장을 기각했다"고 평가했다.


■"여론에 기댄 비난 안돼"

한편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부장판사의 영장기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조국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조의연 판사가 '삼성 장학생'이라거나 아이가 삼성 취업 예정이라거나 하는 말, 모두 허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법조계는 이번 소동이 그간 사법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는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에 국민신뢰는 사법권 독립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단순히 '여론에 기댄 비난'이 아닌 '합리적 비판'으로 사법부를 대하는 것이 판사들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mountjo@fnnews.com 조상희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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