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분열'서 '협력'으로 확 바뀐 신한금융회장 선출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05

수정 2017.01.22 22:07

성과주의.자정능력 갖춘 '신한문화' 저력
잡음 많은 계파주의 청산 후계구도 시스템화 노력
회장후보추천위 개최 이후 15일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
'분열'서 '협력'으로 확 바뀐 신한금융회장 선출

"위에서부터 솔선수범 하면 분파주의는 없어질 것이다. 신한이 빠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앞장서겠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사태' 치유의 과제를 안고 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난 2011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지난주 신한금융 회장 승계과정에서 보여준 신한금융의 모습은 6년전과는 180도 달랐다. 지난 2010년 그룹 회장 자리를 신상훈 당시 사장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볼성사나운 모습까지 보이며 상대방을 공격했던 신한의 모습은 신기루 처럼 사라졌다. 공정한 경쟁을 너머 양보와 겸손의 미덕까지 선보이는 '깜짝 이벤트'로 훈훈함 마저 연출됐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자정능력을 갖춘 '신한웨이'의 저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180도 달라진 신한금융 승계

지난 2010년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신한사태'는 결국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법정공방까지 벌인 끝에 모두 사퇴하면서 마무리됐다.

라 회장 이후의 후계자를 둘러싼 암투로 해석돼 신한금융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가한 금융사 지배구조 대란이었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라 회장의 뒤를 이어 긴급하게 투입된 한동우 회장이 과연 깊어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성과와 실력 위주의 불편부당한 인사와 솔선수범한 자세로 한 회장은 의구심을 떨쳐내고 상처를 치유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신한금융그룹 신임 회장 선출은 신한의 상처가 치유됐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 중 상대적으로 중립성향의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에 내정했다. 특히 최종 결정에 앞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자연스럽게 만장일치를 이끌어 냈다.

위 사장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 양보를 통한 만장일치까지 180도 변신하는데 걸린 시간이 신한에게는 6년이면 충분했다.

■지배구조 개선, 계파 청산

지난 6년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후계구도를 시스템화 하기 위한 한 회장의 노력 덕분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한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산하 상설기구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둬 경영 승계를 상시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신규 선임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은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연임 시에도 만 70세를 넘길 수 없도록 해 한 명의 회장이 장기집권을 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지난 2013년 연임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한 뒤부터는 탕평인사에 주력했다. 지난 2015년 신한은행장 선출 당시 후보자로 거론되던 경영진 중 가장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조용병 행장을 깜짝 발탁하고 일부 경영진에 대해서는 물갈이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2014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간 힘겨루기에서 시작된 'KB사태' 이후 금융회사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점도 변화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선정, 사외이사 감시.평가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금융회사의 경각심을 높였다.


힌편 이번 회장 선임은 첫 회추위 개최 후 15일만에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서 '속전속결'로 끝났다. 이 역시 안정을 추구한 이사진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장후보 선정에 나선 이사진들도 불필요한 잡음 없이 CEO들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위해서 회추위를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회장 선임에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 중 하나가 '안정'이었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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