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럼프의 미국] "트럼프稅 피하자".. 대책마련 분주한 한국기업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35

수정 2017.01.22 20:45

‘트럼프의 미국’ 보호무역 본격화.. 미국내 공장확보 비상
멕시코 관세장벽 현실화 땐 미국 현지생산밖에 답 없어
삼성.LG 美 공장 신설 검토 현대차, 5년간 31억불 투자
[트럼프의 미국] "트럼프稅 피하자".. 대책마련 분주한 한국기업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과 함께 국경세 및 관세라는 보호무역 정책 기조를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트럼프 정부를 의식해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을 앞다퉈 타진하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여전히 유효해 아직까지 국내 생산제품은 관세장벽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멕시코와 베트남에서 생산된 국내 기업의 제품은 당장 트럼프식 보호무역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무관세 제품에 35%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유인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같은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생산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

■미국 현지공장 투자 러시…"관세폭탄을 피하자"

일단 국내 기업 중에선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해온 삼성이 트럼프 정부에 가장 우호적인 기업이 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기까지 했다. 다만 특검 조사로 인해 출국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인수 마무리 작업 중인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인 하만의 현지인 고용안정과 향후 추가 투자계획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새로 들어선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내밀고 있는 미국 현지인 고용안정책에 대한 화답 차원이 될 전망이다. 하만은 종업원이 전 세계 3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국내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했다.

또 삼성전자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맞춰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LG전자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LG전자 창원국가산단 내 1.2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정수기 등을 생산하는데 이 중 프리미엄급 냉장고와 세탁기가 미국으로 집중 수출되고 있다. 보급형 냉장고와 세탁기는 멕시코·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이미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달 초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미국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북미 세탁기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미국 생산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공장 건설 가능성도 열어놨다.

철강업계도 미국 현지 공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철강산업은 트럼프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높은 관세장벽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제강은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미국 휴스턴 소재 유정용 강관(OCTG) 제조·프로세싱 업체 2곳을 인수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 본토에 1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이외에 중소.중견기업계의 경우 대미수출 비중이 높은 보일러업계는 트럼프 정부를 의식해 신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미 FTA 폐기땐, 15조 손실

트럼프 정부가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경우 한국 경제에 15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식을 갖고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보호무역주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역적자 증가, 재정적자 규모 확대, 일자리 감소 등 악화된 내부상황에 대해 단호한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폐기로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가 FTA 발효 이전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2017~2020년 한국의 대미수출 총손실액 추정치는 약 130억1000만달러(약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손실액은 올해 30억9000만달러, 2018년 32억달러, 2019년 33억1000만달러, 2020년 34억20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연평균 손실액은 32억5000만달러다. 대미 수출 손실에 따른 국내 고용감소분은 4년 동안 12만7000명, 연평균 3만2000명이다.


무엇보다 자동차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와 FTA 재협상에 나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FTA 수정 시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업계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기조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 수출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최영희 이정은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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