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급증하는 나홀로족, 바뀌는 설날 풍경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6 15:31

수정 2017.01.26 15:31

[여의나루] 급증하는 나홀로족, 바뀌는 설날 풍경

우리 민족에게 수천년 이어져 내려온 '설날'이 다가온다. 오랜 세월 동안 설날은 가족의 연장자인 가장을 중심으로 조부모, 부모, 자식, 형제, 조카 등 가까운 친지들의 만남과 소통의 시간이자 가족공동체의 잔칫날이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설날의 풍속도가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발전 단계별로 수렵시대, 농경시대, 산업시대, 정보통신시대(지식혁명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정보통신사회의 가족 공동체는 가족 구성원이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현대판 '유목민 사회'로 비유되고 있다.

정보통신시대, 글로벌 사회에 가족 공동체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통계가 '1인가구' 급증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15년 우리나라의 1인가구가 520만명(4인가구 359만명)이라고 한다. 2010년 1인가구 414만명(4인가구 390만명), 2000년 1인가구 222만명(4인가구 445만명)과 비교할 때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가 두드러진 특징이다.

세계 공통적으로 전형적인 가정의 형태는 40~50년 전엔 3대가 함께 사는 6인 이상 가구가 표본가정이었다. 20년 전엔 4인가구가 표본가정을 이루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1인가구가 다수 세대로 등장했다. 2015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27.4%로 가장 많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 배우자가 먼저 사망한 노인 증가, 취업·학업 등의 이유로 장성한 자녀들의 독립, 이혼부부 증가, 결혼 적령기를 놓친 싱글가구 등 다양할 것이다.

지난 15년간 가족 공동체는 4인가구 중심에서 1인가구 중심으로 급변했다.

현재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과 타협 정신의 부족이다. 상대방과 대화와 소통하는 기본적인 훈련은 가족사회에서 부모, 형제자매들과 시작하는데 우리나라의 소통 문제는 아마도 단기간에 걸쳐 이뤄진 가족 공동체 해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그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젊은 세대를 포함해 요즘 많은 사람이 경제·사회적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조차 불편해하고 있다. 설날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났을 때 대학 입시, 취업, 결혼, 실직 문제 등 불편한 개인사를 가족, 친지 등에게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청년 세대는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인터넷 게임 등 사이버 공간에서 홀로 시간 보내는 것에 심정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많은 젊은이들은 가족들과 대화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기본예절조차 무시하고 있다.

1인세대 증가 등 가정의 해체로 인해 수천년 내려온 설 명절에 가족과 친척이 만나서 서로 정담을 나누며 서로를 배려하는 미풍양속인 설 문화가 급격하게 퇴색돼가고 있다.

'외롭고 힘이 들 때 찾아가서 위로받을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냐' 는 국제 조사기관의 질문에 '힘이 돼줄 사람이 없다'는 답변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언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은 '병들고 외롭고 힘들어하는 가구원'을 가족 공동체가 보살피고 책임을 분담했기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자의 글이 생각난다.

지식혁명시대 인간의 가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소외되고 위축되고 있다.
설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외로운 1인가구를 배려하는 전통사회 미덕을 생각해본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