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게임업계,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강화한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0 14:12

수정 2017.01.30 14:12

확률 공개 더 쉽게, 희귀 아이템 획득 확률도 정확히 명시
게임업체들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다. 자율규제안에는 희귀 아이템 등장 확률에 대한 명확한 공개, 이용자들이 손쉽게 확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시 방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이용자를 중심으로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실제로 확률형아이템 확률 공개를 법제화하기 위해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업계가 실효성있는 자율규제안을 제시해 법적 규제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게임산업협회)는 2월중 공청회를 개최, 자율규제안에 대한 이용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안 윤곽 나왔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업계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 활동이 지난 24일 마무리됐다.

강화된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안 주요 내용
구분 내용
확률 게시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한번에 확률 확인할 수 있도록 링크 제공
확률 공개 희귀 아이템 획득 확률 명확히 공개
규제 대상 모든 게임에 적용. 1년 후 성인게임 규제 적용 여부 재논의
업계 자율규제의 핵심은 이용자 신뢰 회복이다.
현재 게임사들은 확률형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면서 일부 이용자 커뮤니티 등에만 공지, 대다수 이용자들이 확률을 확인하기 어렵게 해뒀다.

이 때문에 강화된 자율규제안에는 모든 게이머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게임 내에서 확률공개 게시글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아울러 희귀 아이템 획득 확률도 보다 명확히 공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희귀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는 게이머들의 비판을 수렴, 최대 몇번 구매하면 한번은 희귀아이템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게임에만 자율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의체는 일단 모든 게임에 자율규제를 적용한 뒤, 1년 후에 성인게임에 대한 자율규제안 적용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성인들은 스스로 아이템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인게임에 대한 규제안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워낙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모든 게임에 자율규제안을 적용한 뒤, 준수 여부를 보고 성인게임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행심 조장하는 확률형아이템, 이용자 불만 '폭발'
확률형아이템은 이용자가 소액의 현금을 지불하고 랜덤박스 형태의 아이템을 구매해 아이템을 사용하면 무작위로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한다. 게임 내에서 얻기 힘든 희귀한 아이템을 소액의 현금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희귀 아이템이 등장한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기 때문에 대다수 게이머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고 쓸모없는 아이템을 얻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인증마크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인증마크
이용자들은 이같은 확률형아이템의 확률을 게임사가 조정하거나, 아예 게임사가 희귀아이템이 등장한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얻을 수 없도록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게임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사가 확률을 조정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이같은 확률형아이템이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이용자 10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936명(90.3%)이 확률형아이템 규제에 찬성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수년째 논란만 거듭된 확률형아이템, 이번엔 다를까
사실 확률형아이템은 수년전부터 논란이 됐던 수익모델이다. 게임업계는 지난 수년간 확률형아이템을 주 수익모델로 성장해왔다. 비판여론에는 귀를 닫고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도 소홀했다.

지난 2008년과 2015년, 두차례나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고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초의 자율규제에는 확률형아이템에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등장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확률형아이템에 현금 구매 아이템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도 결국 법적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고 법안이 발의되자, 뒤늦게 정책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더이상 확률형아이템에만 기대 돈을 버는데만 몰두하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정치권의 법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클래시오브클랜, 포켓몬고 등 확률형아이템 없는 외산게임들이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자율규제안으로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확률형아이템이 아닌 다른 수익모델 발굴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게임업체들은 해외 게임업체들에게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