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체감실업률과 괴리 큰 공식실업률 왜?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0 16:24

수정 2017.02.10 00:00

알바·취준생 등 ‘숨은 실업자’ 반영 못해
비자발적비정규직도 45만, 신입 10명 중 6명 비정규직
1시간만 일해도 취업 잡혀.. 고용실태와 통계 따로 놀아
체감실업률과 괴리 큰 공식실업률 왜?

통계청이 집계하는 공식적인 청년실업 지표와 민간 연구진이 추정하는 체감 실업률이 4배가량 차이를 보이는 것은 '취업자와 실업자'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더라도 실제 당사자는 실업자에 더욱 가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계가 국가정책 결정의 주요 사전지표로 활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통계치의 괴리를 줄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뢰성 잃은 공식실업률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통계치(2015년 8월 기준)를 근거로 체감 청년실업률이 34.2%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실업률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식 실업자는 34만5000명이지만 청년층 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입사시험 준비생(잠재경제활동인구) 등 '고용보조지표 3'에 해당하는 인원 113만8000명을 더하고 '비자발적 비정규직'(45만8000명)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19만7000명)까지 포함하면 체감 실업자가 모두 179만명에 이른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청년층 특수성을 고려해 추가적 고용보조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번에 청년고용체감지표 연구를 담당한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이같이 '숨은 실업자'를 반영해 체감 청년실업률이 34%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산출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특성도 반영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신규채용된 청년층(15∼29세)의 비정규직 비중은 64%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들은 언제든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잠재적 실업자로 분류된다.

한국의 공식 실업률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집계된다. ILO는 실업자의 조건으로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지난 4주일 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자리가 주어지면 취업이 즉시 가능한 인구가 해당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통계청 조사대상기간에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된다. 취업을 하다 그만둬 잠시 쉬고 있는 사람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오히려 실업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지난해 15세 이상 실업률은 3.7%로, 수치로만 보면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실업률 지표가 실제 고용시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그러나 통계청은 "성격이 다른 지표를 임의로 혼합해서 통계를 산출하면 지표의 유의성이 없어져 의미있는 숫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실업자'를 통계에 반영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감실업률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해야"
정부가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지만 대부분 실효성 없는 '맹탕 정책'에 그치는 것도 이같이 고용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도 숨은 실업자가 누락돼 실업률 통계가 실제 고용시장 상황과 동떨어질수록 실효성 있는 청년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취업자들이 체감하는 고용시장 상황과 공식 실업률 괴리를 좁히기 위해 체감 실업률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ILO 기준에 따라 공식실업자에 아르바이트생, 무급가족종사자 같은 불완전취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하는 지표인 U6를 공식 실업률과 함께 발표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비정규직의 경우 직장을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불안정하다 보니 자기가 취업자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며 "매달 실업률을 조사할 때 '사실상 실업자'도 항목에 추가하면 실업률과 청년들의 실상의 '미스매치'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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