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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이냐 폐점이냐.. 동화면세점 존폐 위기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1 17:12

수정 2017.01.31 17:12

우리나라 최초의 시내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위기에 처했다.

1월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로부터 600억원을 빌리는 대신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지분 19.9%를 넘겼다. 외형상 호텔신라가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지만 호텔신라가 지난해 12월19일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서 실제로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은 정해진 날짜에 돈을 갚지 못했고 호텔신라와 협의 끝에 연체이자까지 합산한 원리금인 788억원을 2월23일까지 변제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측은 김기병 회장은 호텔신라 측에 갚아야할 78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호텔신라 측에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19.9%를 비롯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지분의 일부만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까지 넘기는 방안을 놓고 매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 등에게 면세점 허가를 잇달아 내주면서 경쟁이 격화된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결정을 놓고 중국의 보복 등으로 동화면세점과 같은 중견업체들이 설 곳이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2015년 6곳이던 서울시내면세점은 2016년 9곳, 올해에는 13곳으로 늘어 면세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들어 루이비통을 비롯한 몇몇 글로벌 명품브랜드들이 동화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등 내부적인 여건의 악화도 원인으로 보인다.

동화면세점 측은 공식적으로 "경영권 매각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면세점 업계에서는 현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현대백화점 등을 인수후보군으로 꼽는 등 사실상 매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인수자가 쉽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인수후보자가 쉽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장 면세점을 인수하더라도 당국이 매각과 면세특허권의 승계를 허용하지 않는한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1순위 인수후보로 꼽히는 호텔신라 측도 동화면세점 인수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1979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동화면세점은 김기병 롯데관관개발 회장과 가족들이 주식의 82.86%를 보유한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증권가에서는 김 회장 측 지분의 평가액은 5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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