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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가 韓 게임산업에 던지는 과제...장르 다양화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5 12:40

수정 2017.02.05 12:40

애니팡 흥행 공식 다시 새겨야...게임 관심없던 사람들도 '포켓몬고'는 한다
'지각출시'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출시 열흘만에 국민 10% 이상이 즐기는 게임으로 한국 게임시장을 평정한 '포켓몬고'가 한국 게임업계에 장르 다양화-수익모델 다변화-신기술 접목 등 성공을 위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사실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서 아이템 판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기술이나 장르에 변화를 주지 못하면서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포켓몬고' 흥행 이후 국내 게임업계도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게임 장르와 수익모델 다양성에 본격 나서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게임에 관심없던 이용자들도 '포켓몬고' 삼매경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기존 모바일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용자들을 게임시장으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일주일 만에 700만 대운로드를 기록하는 것은 평소 게임을 하지 않던 이용자들이 대거 '포켓몬고'로 몰려들고 있다는 말"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소홀했던 새로운 장르 개척-수익모델 다양화의 중요성을 다시 각인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켓몬고 게임 플레이 화면
포켓몬고 게임 플레이 화면
사실 새로운 게임 장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국민게임'으로 떠올랐던 '애나팡'도 포켓몬고와 엇비슷한 과제를 한국 게임산업에 던졌었다. 애니팡도 기존 게임 이용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광범위하게 게임으로 유입시켰다는 점에서 지금의 '포켓몬고'의 흥행과 유사하다. 특히 애니팡은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장년층까지 이용자층을 확대했었다.

애니팡도 당시 주류를 이루던 RPG게임이 아니었다. 단순한 퍼즐게임이지만 카카오톡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서로 성적을 비교하고 게임 이용권인 '하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흥행요소로 부상했다. 결국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찾아주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포켓몬고와 애니팡 비교
구분 포켓몬고 애니팡
개발사 나이언틱랩스 선데이토즈
출시시점 2017년 1월 2012년 7월
게임방식 실제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등장하는 포켓몬 수집 동일한 퍼즐 3개를 맞춰서 1분 안에 고득점 획득
독특한 시스템 증강현실(AR) 기술과 위치정보 활용 카카오톡 친구끼리 게임 이용권인 ‘하트‘ 주고받기
흥행성적 출시 1주일만에 이용자 700만명 출시 1달만에 이용자 1000만명
■'포켓몬고' 흥행에 충격, 게임업계 자성 목소리도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그동안 RPG 장르에만 치중하면서 퍼즐이나 캐주얼 장르를 등한시한 것이 아니냐는 자성이다. 또 이용자들의 사행심을 조장, 아이템 판매를 유도하는 이른바 '확률형아이템' 이후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 강화, 확률형아이템으로 요약되는 국내 게임시장에 이미 다양성과 창의성은 실종됐다"며 "포켓몬고의 성공은 국내 게임시장에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7월 출시돼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았던 선데이토즈의 모바일게임 '애니팡'
지난 2012년 7월 출시돼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았던 선데이토즈의 모바일게임 '애니팡'
■애니팡이 바꿨던 게임공식, 포켓몬고도 바꿀까
포켓몬고의 흥행이 국내 게임의 공식도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 기술의 게임시장 도입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니팡이 그랬던 것처럼 '포켓몬고'가 AR이라는 새로운 게임 진행 방식을 이용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엠게임과 한빛소프트 등 중견게임업체들이 이르면 1분기 중으로 '포켓몬고'와 비슷한 AR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게임들도 흥행에 성공하면 AR 기술은 하트 주고받기 처럼 게임에 반드시 필요한 방식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애니팡이 게임시장을 모바일 중심으로, 친구와의 점수경쟁 방식으로 바꿔놨다면 포켓몬고는 게임시장을 AR나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재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존처럼 획일적인 게임 진행과 확률형아이템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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