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자수첩] 은산분리 벽에 부딪힌 인터넷은행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2 17:43

수정 2017.02.02 17:43

[기자수첩] 은산분리 벽에 부딪힌 인터넷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연못 안에 '메기'를 투입해 금융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비록 출범할 때 규모는 다른 은행들과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을지라도 이들이 경직된 금융시장을 흔드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이들은 출범 전부터 이미 '메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앞다퉈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내놓고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도 육성하기 시작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은행 사람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을 경계하면서 해묵은 상품과 서비스를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현재 은행권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물결도 결국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한 것이었다.


출범을 앞둔 K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이나 간편송금 등을 무기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라는 벽에 부딪혀 더 이상 잠재력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주도사업자인 KT나 카카오가 더 이상 투자를 하고, 주도권을 쥘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시중은행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자본이 금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원칙이다. 은산분리라는 틀을 깨는 자체는 분명히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그 원칙에 얽매여 변화의 물결을 놓치는 것은 시대착오다. 큰 틀 안에서 약간 숨통만 터주더라도 얼마든지 이들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만드는 것처럼 제한적 공간이면 충분하다.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 지금 발의된 법안들은 이를 충분히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주주에 대한 규제는 기존 은행법보다도 더 강력한 수준이다.
입법 과정에서도 안전장치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고 했을 때 중국 알리페이가 주도하는 마이뱅크나 텐센트의 위뱅크, 일본 라쿠텐의 라쿠텐뱅크 등 IT기업들이 이끌어가는 혁신적 금융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다른 형태의 금융을 경험할 때가 됐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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