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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중국 리스크, 해법은 품질이다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5 17:10

수정 2017.02.05 17:10

[차장칼럼] 중국 리스크, 해법은 품질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면 좋은 제품으로 여긴다. 그러나 화장품이나 옷처럼 브랜드 이미지나 유행을 많이 타는 제품은 좀 다르다. 품질이 낮더라도 세련된 광고나 유명 연예인 협찬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값비싼 제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시중 핸드크림의 평가결과는 이를 여실히 반영한다. 주요 9개사 제품은 가장 비싼 제품과 저렴한 제품의 가격 차이가 무려 8배에 달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객관적 실험을 통한 조사 결과 8배 차가 나는 제품 간 품질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의 품질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 이 같은 객관적 조사 결과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명품 화장품과 비슷한 성분을 가진 저렴한 제품, 이른바 '저렴이'를 찾아내 구매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사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승승장구했던 이유는 K뷰티 바람을 타고 중국 등 해외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뜯어보면 국내에서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그렇다면 중국 사람들은 언제까지 한국 화장품을 지금처럼 많이 구매해줄까. 사실 중국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한류 영향이 크다. 한류가 미미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미국에서 뷰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샬롯 조는 "미국은 중국과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미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한류 같은 바람에 의지하기보다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에서 한류가 시들해지면 국산 화장품의 인기도 함께 식을 수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성숙해지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실속 트렌드가 자리잡으면 국산 화장품은 순식간에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에서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권건화장품의 로드숍 브랜드 'OMM'은 지난달 서울 명동에 매장을 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이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압도적으로 좋고 가성비가 높아 중국인들이 구매를 지속한다면 중국 정부도 이를 강제로 막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위기를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해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에서도 언제까지나 한류에 의존해 시장을 확장해나갈 수는 없다.
중국인들의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호감이 지속되고 있을 때 압도적인 품질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앞으로는 더 큰 위기가 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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