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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웰 리빙, 웰 다잉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6 17:00

수정 2017.02.06 17:00

[fn논단] 웰 리빙, 웰 다잉

평균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 사망 전까지 기간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이를 행복하게 채울 준비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평균수명은 1970년에는 65.8세였으나 2015년에는 85.2세로 늘어나 약 20년이 증가했다(여성 기준). 그러나 행복의 반대 측도라고 할 수 있는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것만 보아도 우리도 웰리빙(well living).웰다잉(well dying)를 고민할 때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웰리빙.웰다잉은 노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리빙과 다잉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젊었을 땐 웰리빙과 웰다잉을 걱정할 여유도 없다. 은퇴하고 노령이 되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소일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고 어떻게 죽음을 맞는 것이 아름다운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삶에 중점을 두면 웰리빙이고, 죽음에 중점을 두면 웰다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웰리빙 없는 웰다잉은 없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 웰리빙과 웰다잉의 전제조건은 안정된 소득이다. 소득과 재산이 많다고 해서 '웰'하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된 소득이 없으면 '웰'은 꿈도 꾸기 어렵다. 특히 노년이 되면 일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노년이 되기 전에 노후 생활기반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것이 될 때 웰리빙은 거의 절반은 이뤄졌다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의 '일'의 개념에는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봉사와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 가족과 친지를 위해서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도 웰리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웰리빙과 웰다잉을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조건이 있다면 건강이다. 건강은 태생적으로 상당부분 결정되지만 장수시대에는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맑은 공기, 안전 등 자연적·사회적 환경으로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술, 담배, 운동 등과 같이 자신에게 책임 있는 것이 많다. 젊었을 때의 과로와 과음 등은 나이 들어서 각종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자신을 '아껴 쓰는' 건강 생활을 젊었을 때부터 습관화해야 한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죽음은 다가온다. 죽어가는 과정은 편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웰다잉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아직 보편화되고 있지 않다. 2008년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웰다잉의 최소한의 인프라이지만 드물지 않게 보도되는 노인학대 등 불미스러운 일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편안한 임종을 위한 호스피스, 죽고 난 이후의 장례식과 장묘 등도 웰다잉의 연장선에서 중요하고, 안락사 문제도 이제 사회적 논의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자녀와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증여와 상속 그리고 사후 장기기증 등도 웰다잉의 유종의 미가 된다.


웰리빙과 웰다잉은 개인만 잘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제도적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고 인체공학,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 발전은 이머징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장수시대의 웰리빙과 웰다잉은 단순히 물질적인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종교적, 문화적, 정신적 영역에서의 도전이자 해법이 요구되는 인문학 영역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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