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언제까지 '미투'에 매달릴건가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6 17:10

수정 2017.02.06 17:10

[기자수첩] 언제까지 '미투'에 매달릴건가

식품업계에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최근에도 한 우유제품 회사가 유사한 제품을 생산한 기업을 상대로 디자인소송 끝에 승소해 저작권을 지켰다. 잘나가는 제품을 모방한 이른바 '미투제품'이 쏟아지면서 제품 성분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베끼는 사례와 관련한 소송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어느 분야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렇다보니 한 제품이 이른바 '대박'을 치면 일주일도 안돼 미투제품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2015년 한 제과업체의 달콤고소한 칩 제품이 히트를 칠 때도 그랬고 지난해 바나나맛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제과업체는 앞다퉈 미투제품을 양산하면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비슷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나온 지 일주일도 안돼 미투제품을 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 업체도 미투제품으로 소위 대박 바람에 편승한 바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문제는 식품업계가 베끼기를 하고도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비 트렌드에 맞춰가야 한다'고 말한다. 트렌드를 좇기 위해 카피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카피가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미투제품은 투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시장진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소홀해지기 일쑤다. 지난해 3.4분기까지 주요 제과업체의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총 매출액의 1%가 채 안 됐다.

하지만 과도한 베끼기는 식품업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쏟아지는 미투제품으로 원조 제품 수명이 짧아지면 기업의 연구개발 동기는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나설까. 식품업체들의 최근 경영전략 중 하나로 혁신을 꼽고 있다. 기업은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나섰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새우깡, 초코파이, 바나나맛우유, 신라면 등이 출시된 지 30~40년이 지났어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바로 '미투'라는 잔재주가 아닌 원칙에 입각한 '정도'로 빚어낸 제품이기 때문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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