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논단] 인구와 대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8 17:07

수정 2017.02.08 17:07

[fn논단] 인구와 대선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남한에 약 5000만, 북한에 약 2500만, 그리고 해외동포 약 700만 정도 해서 8200만명 정도로 잡는다.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영토에 이렇게 복잡하게 살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국토가 헐렁했다고 하던데…. 인구절벽이라 불리는 캄캄한 미래를 앞두고 있자니 인구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올 대선 화두도 저출산이다. 대선주자마다 백가쟁명식 답안을 내놓을 텐데 개별 정책의 호오(好惡)를 논하기 전에 좀 더 긴 호흡으로 근본적인 사유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구는 왜 줄고 어떻게 늘어났는가. 혹시 아나, 과거에서 미래가 보일지.

조선초 인구는 대략 550만에서 700만명 정도로 추정되곤 한다.
그중 한양 인구는 10만명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사실 이 추정치는 호적대장과 왕조실록 그리고 민간족보 자료까지 대조해가며 가감하고 보완해 얻은 것이지만 그다지 완전한 것은 아니다. 비교적 정확한 인구통계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25년 인구총조사 때부터인데 이때 우리나라 인구가 약 1950만명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조선 500여년 동안 인구는 약 3배 증가했고, 지금 수준의 인구폭발은 그 후 1세기에 걸쳐 일어난 일인 것이다.

내친 김에 조선시대 인구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인구증가를 가로막는 주요인은 전쟁과 기근 특히 전염병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이런 대형 악재가 있는 해를 중심으로 인구감소가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특별한 외부적 상황이 없는데도 인구가 정체되면 이는 생산력 한계 탓이 아니겠냐는 추론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생물학적 생존이 가능하기만 하면 이유 불문하고 출산을 많이 해서 인구를 늘리는 추세가 조선시대 내내 굳건히 유지돼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다산 추세는 산업화 이전 대부분의 사회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예외가 있었다. 산아제한이 자유롭지 않던 시대임에도 이상하게 인구가 줄다가 궁극엔 망한 두 나라가 있었으니 스파르타와 로마였다. 한때 정예군 3만명을 자랑하던 스파르타 대군이 1000여명으로 줄어들다가 맥없이 무너졌는데, 부(富)의 분산을 막고자 귀족계층이 산아제한에 앞장서고 특정 가문에 의한 부의 독점이 확산되면서 사회빈곤화가 가속화된 결과라고 한다. 로마도 마찬가지다.
부유한 로마인들이 계층적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 다산을 꺼렸으며, 여러 요인으로 사회 전반의 활력이 줄자 찬란한 제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것이다. 부자들은 재산 감소를 우려해서, 가난한 사람들은 부양능력이 없어서 아이를 못 낳는 이런 현상은 한 사회가 발전 엔진이 꺼지고 경직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문명 피로현상 같아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경제성장과 서민계층의 빈곤화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며, 그리고 계층 간 이동의 숨구멍을 만들어 세습과 독점을 저지할 때 인구도 늘고 국가도 발전한다는 교훈, 그렇지 않아도 중요한 문제들인데 인구문제의 해답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 19대 대통령에 도전하는 주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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