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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려주마] "일요일엔 쉽니다".. 부동산중개업소가 단체로 쉬는 이유

용환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2 09:00

수정 2017.02.17 15:35

공정위 관계자 "공동행위(일요일 휴무)를 주도·강요했을 경우엔 담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 "지역특성에 따라 휴무일 달라.. 강제할 수 없어"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이유는 뭘까요?/사진=파이낸셜뉴스DB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이유는 뭘까요?/사진=파이낸셜뉴스DB
# 4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회사원 A씨. 도무지 집을 볼 시간이 나질 않는다. 평일엔 회사 일에 바빠 주말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동네 공인중개업소 대부분이 일요일에 문을 닫기 때문. 실질적으로 집을 알아볼 시간이 토요일 밖에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때 전셋집을 구하지 못할까봐 초초하다. 평일에 연차를 내고 집을 보려 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일요일에 집 계약을 한 B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중개업자가 휴무일인 일요일 나왔다며 법정중개수수료 외에 웃돈 요구한 것. B씨는 울며겨자 먹기로 추가로 5만원을 줄 수 밖에 없었다.


3월이 넘어가면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집을 찾아 공인중개업소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직장인, 맞벌이 부부에겐 집 알아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중개업소가 많아 토요일 단 하루만이 집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죠.

서울시내 공인중개업소 10곳을 무작위로 골라 일요일 영업 여부를 물어봤습니다. 일요일 영업을 하는 곳은 2곳, 휴무는 8곳이었습니다. 8곳 중 2곳은 선약을 하면 일요일에도 집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변 공인중개업소가 다 같이 문을 닫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곳들도 있었습니다.

일요일에 쉬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궁금합니다.

대개의 직장인들은 평일에 근무를 하고 주말에 쉬기 때문에 당연히 주말에 소비가 늘어납니다. 장사를 하는 업자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대목이죠.

펜션·호텔 등 숙박업도 주말엔 웃돈을 받습니다. 오피스촌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일요일에 묻을 닫는 음식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문을 닫으면 매출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죠.

부동산 업계도 마찬가지 일 텐데요. 약속이나 한 듯 닫아버린 공인중개업소, 왜 부동산은 일요일에 쉴까요?

여기엔 업계의 관행이 숨어있습니다.

개별 중개업소가 동네 전체의 매물·수요자(집 찾는 사람)를 다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업계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독자 생존은 어렵죠.

이렇다보니 동네 중개업소는 생존을 위해 동호회, 친목회를 결성합니다. 회원끼리 서로의 매물·수요자 정보를 공유해 거래 성사율을 높여 상생하자는 것이죠. 예를들면 매물을 보유한 A업소와 고객을 보유한 B업소가 정보 공유를 통해 거래를 성사시켜 각자 고객의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입니다.

이 모임의 가입한 회원(중개업소)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동네의 부동산 거래를 장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단체로 쉬면 이 동네의 부동산 거래는 없다'

함께 영업을 않는다면 거래가 없으니 일요일에 문을 닫아도 걱정이 없게 되죠.

하지만 과거 이런 친목단체가 회원(중개업소)들의 일요일 영업을 제한해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수도권 6개 부동산중개사업자단체가 회원들의 공휴일 영업활동 금지, 비회원 중개업자와의 공동중개 금지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당시 이 단체들은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 회원들에게 벌금을 매기거나 단체에서 아예 제명하는 내용의 회칙을 두고 회의들의 사업 활동을 제한 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매매ㆍ전월세 가격, 중개수수료 등을 담합하거나 일요일 영업행위를 방해하다가 적발될 경우 최고 6개월의 업무정지 처벌을 받도록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역 특성에 따라 평일에 쉬는 곳도 있다"며 일요일에만 쉬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세탁소·중국집 등 동종 경쟁업체들이 요일을 정해 쉬는 것처럼 동네 공인중개업소들도 협의를 통해 쉰다는 것이죠. 서로 의견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같은 요일에 쉬자고 강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지금도 과거처럼 담합행위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협회차원의 제재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네중개업소가 단체로 문을 닫는 행위가 담합에 해당되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해봤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개업소가 일요일(또는 특정요일)에 단체로 문을 닫는 현상만을 가지고 담합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사업자단체 성격을 띤 친목회가 회원들에게 공동행위(일요일 휴무)를 주도·강요했을 경우에는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휴무라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중개업소 몇 곳을 인터뷰 해보았지만 "우리도 일요일엔 쉬어야죠", "동사무소, 은행이 쉬기 때문에 저희도 쉽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공인중개업자 본인들도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쉬는 날을 본인 선택하며 쉴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7일을 쉬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업소의 일요일 단체 휴무가 친목회의 강압이든 자발적이든, 담합이든 아니든 집을 보러 다니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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