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동반성장과 시장

탄핵정국으로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들이 서로 비판하고 이견을 가지면서도 경제분야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일자리 만들고 중소기업 살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정부가 나서 억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단지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이유로 돕는다면, 자칫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새롭게 성장할 다른 중소기업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 "정부가 유망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중소기업이 유망한지를 정부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교수나 관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라면 잘 판단할 수 있을까. 미인 콘테스트식 선별 지원은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원들을 엉뚱하게도 평가 잘 받고 줄서는데 투입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지원 예산의 일부에 불과하게 된다. 그 나마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 경우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중소.대기업 간 협력과 성과공유를 통해 대.중소기업을 함께 키우자는 동반성장은 정부 주도 중소기업 지원육성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정부가 아니라 대기업들로 하여금 파트너를 찾아 중소기업을 키우도록 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되고, 중소기업 인력이나 임금격차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이익이 되는 경우라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성과를 공유하고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항공기 엔진회사 롤스로이스가 막대한 개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항공기 부품 회사들과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며 사업을 진행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상호협력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거나 근시안적 경영 등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치유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성과공유에 기초한 동반성장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생협력을 내세워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을 강요하려 한다면 동반성장정책은 대기업까지 힘들게 하는 정부 개입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대.중소기업 간에는 협력만이 아니라 경쟁관계도 존재하고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으며 공유할 성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 국회 산자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융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의 도입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금융부문이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금융이라 해서 예외를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중소기업의 모든 문제를 동반성장이란 틀로 해결하려 하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퍼주기 수단으로 동반성장지수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 나아가 대기업에 의존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넘어, 소비자가 중소기업 상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와 함께하는 동반성장으로까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