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남자는 낮 수영 불가“ 공공수영장의 이상한 관행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1 09:00

수정 2017.05.29 21:31

샤워실·탈의실도 여성전용으로 변환
남자는 낮에 수영하면 안 되나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수영장을 남자는 이용할 수 없다면? 여성 수요가 많다고 남자 탈의실을 여자가 쓰도록 한다면?

그런데 전국 공공수영장에서 이런 일이 광범위하게 관행으로 굳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말 기준으로 370개 공공수영장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하 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시설관리공단이나 종교·사회단체가 관리 주체입니다. 보통 XX구민회관 수영장, XX시체육센터 수영장 등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수영장 이용은 크게 ‘수영교실’과 ‘자유수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영교실은 강사가 초·중·고급별로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가르칩니다. 자유수영은 보통 50분에 3,500~4,000원 가량 입장료를 내고 혼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든 공평하게 사용해야 할 공공수영장입니다. 물론, 수영교실은 불가피하게 이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각 특성에 맞는 과정이라든지 수영 실력 수준별로 나누는 강습 같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데도 남성이 들어갈 수 없는 시간이 따로 있습니다. 강습 프로그램 이름을 ‘주부수영' 혹은 ‘여성전용’으로 짓고 아예 남자는 받지 않습니다. 자유수영 조차 여자만 이용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오전 9시부터 낮 시간대를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목욕탕도 아닌 수영장에서 굳이 남자 이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관행은 몇몇 수영장 이야기가 아니며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작년부터 4건 접수됐습니다. 불편을 느낀 남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성전용 시간을 운영하는 서울시 동대문구와 성북구 공공수영장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성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남자 탈의실과 샤워실을 모두 여자가 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성은 이른 새벽이나 밤 시간 밖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낮시간에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학생,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낮에 운동할 수 있는 남성까지 여성전용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합니다. 다양한 신분과 생활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성 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되면 꼭 수영하는 남자만 손해 보는 게 아닙니다. 공공체육시설은 수영장뿐만 아니라 헬스, 구기 종목 등 다른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수영장이 여성전용으로 변신하면 탈의실과 샤워실도 함께 여성전용이 되는 탓에 다른 종목 이용 남성도 피해를 봅니다.

이렇게 성별로서 입장을 제한하는 행태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직 문제를 크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문체부 생활체육관련 정책 관계자는 “전국 공공수영장의 운영 주체가 모두 다른데 구체적인 운영 방식까지 문체부가 강제하거나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작년부터 관련 민원이 소수 접수됐고 조사 중이다”며 “개별 수영장별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전국적인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요에 따른 정상적인 운영인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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