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문재인과 대세론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2 17:14

수정 2017.02.12 17:14

[차장칼럼] 문재인과 대세론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중에 추기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아내에게 장안의 소문난 미남인 서공이라는 사람과 자신 중 누가 더 잘생겼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남편의 외모가 뛰어나다고 했다. 첩과 식객에게도 물었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추기는 그길로 제나라 위왕(威王)에게 가서 "제 외모가 서공보다 못한 것은 전하도 아실 것이나 제 아내는 편견 때문에, 첩은 두려움 때문에 식객은 야심을 채우려고 제게 기분 좋은 말만 했습니다"라고 했다. 위왕은 그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러곤 누구든지 왕에게 과실을 지적하면 큰 상을 내렸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왕인 정(政·훗날 진시황)이 군사를 이끌고 한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 책사 한비자가 쓴 책을 읽은 뒤 그를 책사로 얻기 위해 나선 공격이었다. 천하통일을 꿈꾸던 진왕 정은 인재를 모으던 중이었다. 충신 한비자는 결코 진시황과 대업을 함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한나라 왕이 충언을 듣지 않고 간신만 등용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부국강병에 이르게 하는 각종 저서를 남겼다. 그중에서 '옹폐(壅蔽)'라는 말을 남겼다. 군주가 항아리 속에 갇힌 것처럼 귀를 닫고 측근들 말만 들으면 군주도 나라도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 얘기라고 그냥 넘길 일만은 아니다. 지난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러 돌발 악재로 혹독한 한 주를 보냈다.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5.18 발언, 일자리 공약 논란 등 잇따른 구설수에 관심은 문 전 대표에게 쏠렸다.

그러나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문 전 대표의 대표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계획의 맹점과 캠프 비선실세의 문제를 지적한 뒤 나온 문 전 대표의 태도는 뜻밖이었다.

문 전 대표는 "어쨌든 우리 캠프나 선대위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데 그러나 후보는 접니다"라고 했다. "부족한 점은 고치겠다"는 답변이나 사과는 없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 전 대표가 토론을 거부하고 전 전 사령관과의 관계 등에 대해 출입기자들이 질문을 하려 했지만 과잉방어로 사고가 생겨서 기자들이 항의성명도 발표했다"며 "오만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요즘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화두가 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1997년과 2002년의 대세론 이야기다. 과거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되돌아보면 주변을 경계하지도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었고 모두가 예스맨뿐이었다.
인의 장막도 두터웠다"며 "대세론 뒤의 패배는 그래서 더 아프고 쓰라렸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이 처음 대선이 아니다.
스스로 힘이 있어 대세가 아니라 국민이 지지해야 대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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