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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혁신으로 훨훨 나는데.. 국내기업 '규제 족쇄' 여전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3 17:36

수정 2017.02.13 22:03

렌터카로 우버 영업 가능.. 카풀서비스 '우버풀' 도입
요금도 자동으로 계산.결제.. 국내서는 불법영업에 해당
다른 사업으로 확장 못해
카카오택시 블랙에만 도입돼 있는 앱 미터기 이용자 화면(왼쪽)과 기사용 앱의 화면.
카카오택시 블랙에만 도입돼 있는 앱 미터기 이용자 화면(왼쪽)과 기사용 앱의 화면.

우리 기업들이 교통 관련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해외 오토테크 선도기업들이 발빠르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융합한 오토테크 등 신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국경의 한계 없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오토테크가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을 두 손 놓고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얽힌 규제를 찾아내 오토테크 등 신산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우버, 렌터카 업체와 제휴…차량 빌려서 우버 영업 가능

13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 사업자인 우버가 렌터카 회사인 '집카'와 제휴, '우버 익스체인지'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 제휴를 통해 우버 운전자들은 본인 차량은 물론 렌터카를 활용해 우버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특히 우버는 우버 영업을 위해 '집카'를 빌리는 이용자들이 시간당 12~13달러만 내도 차량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 보스턴지역 우버 운전자들이 시간당 얻는 수익의 절반 정도다. 자기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우버 운전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버는 이미 우버 이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 목적지가 비슷한 이용자들이 같은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우버 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우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다소 돌아갈 수 있지만 비용은 혼자 우버를 이용할 때보다 저렴하다.

또 우버는 번거롭게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을 따로 내지 않는다. 별도의 미터기 없이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요금이 자동 계산되고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결제까지 된다. 내가 이용한 이용내역 기록도 앱에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가지요금이나 해외에서 일반화돼 있는 팁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교통 분야에서 영역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우버는 자율주행택시, 자율주행트럭 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물품을 전달해주는 '우버러시',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이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우버의 기업가치는 7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우버와 비슷한 차량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은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인도의 '올라' 등도 주목받는 오토테크 기업으로 손꼽힌다.

■가입자 1300만명의 카카오택시는 앱 미터기조차 도입 못해

이처럼 우버를 비롯한 글로벌 오토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동안 우리나라 오토테크 기업들은 규제 벽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택시는 가입자 1300만명, 지난해 4.4분기 누적콜수 7700만콜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택시 앱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앱에서 요금을 산정하고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결제할 수 있는 '앱 미터기' 기능조차 규제 때문에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고급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에는 앱 미터기가 도입됐지만 일반 택시에는 아직 앱 미터기를 이용할 수 없다. 카카오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앱 미터기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지만 언제 도입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종의 합승 시스템인 '우버 풀'은 도입하는 즉시 불법영업이다. 렌트한 차량으로 유사택시영업을 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택시요금조차 지자체가 정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피크타임에 이용자가 조금 더 비용을 내고 택시를 호출하고 싶어도 택시 서비스 회사가 이런 서비스 자체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오토테크 기업들은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우물 안에 갇혀버렸다.
택시 서비스는 카카오택시, 출퇴근시간 카풀 서비스는 '풀러스', 차량 렌트 서비스는 '쏘카' 등으로 영역이 제한돼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버가 카카오택시와 풀러스, 쏘카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우버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통 관련 규제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해소된 것이 없다"며 "당장 앱 미터기 도입조차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버의 렌터카 제휴, 빅데이터 분석에 의한 합승시스템 등을 우리 오토테크 기업들이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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