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군웅할거 시대.. 우리도 영웅을 맞고 싶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6 17:21

수정 2017.02.16 17:21

[데스크 칼럼] 군웅할거 시대.. 우리도 영웅을 맞고 싶다

참으로 조마조마하고 슬프다. '팽팽' 돌아가는 요즘의 국제정세 속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우리나라 얘기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엊그제는 해외에 체류 중인 이복형 김정남까지 독극물 테러로 살해했다. 정말 담대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전 '아주 큰 문제(a big big problem), 아주 강력하게 다뤄주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히 경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우리가 분단 현실에 무감각해서 그렇지 이 정도의 무모함이면 테러에 사용된 독극물이 언제 미사일로 변해 우리나라로 향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11월에는 우리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 도발했던 그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취임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연일 세계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반이민행정명령 발동 등 그의 일방적이고 좌충우돌하는 행동에 세계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을 향해 미국이 그리고 있는 '새로운 질서' 안에 들어와 순응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아예 이를 거부하고 나가 적으로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극단적인 이분법 논리이지만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또 어떤가. 치밀하고 묵직함이 덩샤오핑을 넘어선다는 시진핑이 거대한 중국을 일으켜 세워 이제는 성큼성큼 뛰게 하고 있다. 기존 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꾼 것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제 중국에 우리나라는 '변방의 약소국'일 뿐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렇다. 북핵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우리나라의 자주적 안보행위인데도 "사드 배치계획을 취소하라"며 연일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고 상품 수입까지 막는 치졸한 행태를 볼 때 얼마나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토 히로부미 이후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도 극단적 우경화의 길을 걸으며 무섭게 변하고 있다. 자위대를 군대로 전환한 데 이어 세계 분쟁지역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바꿔놨다. 경제분야에서는 아베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일본 경제를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가히 '군웅할거 시대'다. 나라마다 걸출한 지도자들이 등장해 이처럼 세계질서를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최순실 사태'에 함몰돼 모든 것을 잊은 듯하다.
사상 초유의 국정차질이 석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 밖의 세계가 얼마나 빨리 돌아가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끝이 보이는 듯도 하다.
조기대선이 이뤄지든, 합리적 정권 이양이 이뤄지든 국민 모두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어서 빨리 걸출한 지도자를 탄생시켜 주변국들의 거침없는 질주에 합류해야 하지 않을까.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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