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치매 정복' 더 멀어져.. 가장 기대됐던 신약마저 '실패'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8 14:06

수정 2017.02.18 14: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됐던 치매 신약의 개발마저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다.

거대 제약사들의 유망 치매 신약 개발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아밀로이드가 치매의 핵심 원인 물질'이라는 가설이 더욱 흔들리게 됐으며 치매 정복의 길도 좀 더 멀어지게 됐다.

미국 제약사 머크(한국 회사명 MSD)는 15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 '베루베세스타트'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머크 측은 인지기능 저하도가 경증 내지 중등도인 치매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왔으며 이르면 올여름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16일 의학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머크의 로저 펄머터 연구실험 담당 사장은 "이 약물 임상시험에서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으며 더이상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펄머터 사장은 그러나 이보다 더 초기 단계의 환자 대상 임상시험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크 측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아직 인지기능 저하는 없거나 미약한 아주 초기 단계의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세포 사이사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응집하며 플라크(노인반)를 형성하면 주위 신경세포들이 사멸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베루베세스타트의 초기 임상시험에서 낮은 농도로 약물을 투여한 집단에선 베타 아밀로이드가 50~75%, 고농도 투여군에선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기존에 실패한 타사 약물들과는 달리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고 밝혀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진행한 임상시험에선 저하된 인지기능을 실제로 다시 회복시키고 악화를 막는 효과는 없거나 매우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 치료 약물 개발이 모두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이른바 '아밀로이드 가설'이 더욱 흔들리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지적했다.

과학계에선 아직 아밀로이드 이론이 실패한 것은 아니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과 또다른 독성 단백질 '타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타우 가설론 등이 맞서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일라이-릴리 사도 치매 치료 유망 후보물질이었던 '솔라네주맙'을 2000여 명의 경증 치매 환자에 임상시험했으나 "의미 있는 인지기능 저하 지연 효과가 없다"며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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