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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개정 ‘명분 부족’에 발목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9 17:37

수정 2017.02.19 17:37

실물경기 악영향 주장 불구 중기청 조사는 '영향 미미'
민생안정대책서 제외될 듯
청탁금지법 개정 ‘명분 부족’에 발목

정부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정작 청탁금지법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가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명백한 악영향이 있어야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청탁금지법 빠진 민생안정대책

19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다.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수유마을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생안정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갈수록 위축되는 소비심리가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을 기록,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물가 탓에 지갑은 더 굳게 닫힐 가능성이 더 높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년3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유 부총리가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서둘러 공언한 것이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민생안정대책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5.10규정(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개정 검토를 지시한 이래 중소기업청이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유 부총리가 보완책 마련을 시사한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외식업계와 육류.화훼업계 등 청탁금지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던 관련업계에선 이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2월 민생안정대책에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이를 검토했지만 중기청 실태조사 결과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운 정부…숫자 맞추기 작업?

실제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생안정대책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숫자를 보고 있다"며 "상황이 진행 중이다. 진행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언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효과에 대한 정확한 점검과 관계부처의 협업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기재부 국장급 인사는 "앞서 3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중기청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회의를 했다. 하지만 당시 조사 결과상 숫자들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이 탓에 조사방식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중기청의 실태조사 결과로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할 명분이 될 수준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 실태조사를 한 중소기업청은 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 언론은 중기청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약 20% 하락했다고 보도했지만 중기청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당장은 그 결과를 밝힐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탓에 이번 결과가 실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다만 중기청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권익위의 입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것일 뿐 결과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개할 시점이 되면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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