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모티콘의 진화.. 내 감정 어디까지 표현해봤니?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6 09:00

수정 2017.05.16 13:44

A씨는 친구와 대화할 때 이모지를 자주 사용한다. /사진=A씨 핸드폰 화면 캡처
A씨는 친구와 대화할 때 이모지를 자주 사용한다. /사진=A씨 핸드폰 화면 캡처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때 음성 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고 즐겨 사용합니다.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죠. 모바일 메신저 사용도 보편화되면서 ‘이모티콘’을 통한 대화에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모티콘’이 아니라 ‘이모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먼저 ‘이모티콘’은 텍스트 위주의 문자 기호를 뜻합니다. 가령, (^-^), (^0^), (ㅠㅠ), (ㅇㅇ), (ㄴㄴ) 등을 말하죠. 키보드에 존재하는 문자와 기호 등을 조합해서 감정을 표현 한 것입니다.


‘이모지’는 그림 문자를 의미합니다. 1999년 일본에서 그림을 뜻하는 한자 絵(그림 회)와 文字 (문자)를 합쳐 만든 단어로 본래 발음은 ‘에모지’입니다. 즉, 우리가 ‘이모티콘’이라고 쓰는 그림 문자들은 ‘이모지’라고 쓰는 게 맞는 표현입니다.

2015년 이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인구의 92%가 ‘이모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매일 60억 건 이상의 이모지가 전송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1,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죠.

이제 ‘이모지’는 온라인에서 대화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입니다. 현대인에게 ‘이모지’는 문자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A씨는 가끔 이모지만 쓰며 대화할 때도 있다. /사진=A씨 핸드폰 화면 캡처
A씨는 가끔 이모지만 쓰며 대화할 때도 있다. /사진=A씨 핸드폰 화면 캡처

■ 감정 표현, 백 마디 말보다 이모지 하나가 더 낫다

5년차 직장인 A(32)씨는 이모지를 자주 사용합니다. A씨는 “이모지가 있어서 대화가 좀 더 부드럽고 재미있다”며 “문자로 감정 표현이 어려울 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신 전달해줘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자를 쓸 때 이모지가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 달걀 안 넣은 신라면”이라며 “경직되고 싸우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이모지에 대해 “처음에는 단순했지만 이제는 움직이는 것까지 생기면서 감정이입이 된다”며 “자주 사용하다 보니 특정 캐릭터에 정이 가고 내 모습 같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어느 날은 어머니에게 이모지를 보냈는데 소녀처럼 좋아했다”며 “동심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라이언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친구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 괜히 서운했던 경험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A씨는 “상황에 맞지 않은 이모지를 써서 대화의 흐름이 끊길 때가 종종 있다”며 “적당하게 쓰고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부 B(34)씨는 문자 할 때 이모지를 꼭 사용합니다. B씨는 “이모지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때 간편하고, 강조할 수 있어 좋다”며 “온라인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모지를 쓰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이상하고 어색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B씨는 “6개월에 1~2번 이모지를 구입하고, 평균 3,000원의 비용을 지출한다”며 “가끔 게임 이벤트를 해서 무료로 받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사랑해’라는 한마디 말보다 움직이고 소리 나는 이모지와 함께 사랑 표현을 하면 더 큰 감동을 준다”며 이모지에 대한 무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6년차 직장인 C씨(35)씨는 상사나 덜 친한 선배 등 어려운 상대와의 진지한 대화가 아니면 100% 이모지를 사용합니다.

C씨는 “대화를 하다가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을 때 매유 유용하다”며 “영혼 없는 (ㅋㅋㅋ) 같은 이모티콘 보다 상대방에게 더 성의를 보이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텍스트만 쓰면 내 기분이나 말투를 전할 수 없기에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모지를 쓰면 나의 감정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씨는 시즌 상품에 혹해서 충동적으로 구매해 후회 한 적도 있지만, 커피값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애용할 생각입니다.

입사 2년차 직장인 D씨(26)씨는 한 달에 1~2번씩 정기적으로 이모지를 구입합니다. 그는 “사고 싶은 게 더 많지만 자제해서 1~2개 정도”라며 “문자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섬세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대화”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D씨는 “캐릭터 때문에 상대방이 귀여워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많이 쓰다 보니 대화할 때 간혹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모지 번역가’ 직업 등장.. 언어장벽도 뛰어넘을까?

이모지 열풍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이모지 번역가’라는 직업까지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번역회사 ‘투데이 트랜스 레이션’은 프리랜서로 일할 이모지 번역·전문가를 모집한다고 공고문을 게재했습니다.

‘투데이 트랜스 레이션’은 이모지의 번역을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구인광고를 냈습니다. 이어 “이모지 번역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영역”이라며 “번역 소프트웨어만으로 불충분한 곳에 인간의 감각을 제공할 특출한 인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 합격한 이모지 번역가는 월간 동향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문화 간 용법 차이를 연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개 언어를 다루는 3천 명의 언어학자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2016년부터는 ‘이모지의 날’도 생겼습니다. 7월 17일로 세계 각국 사람들이 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이모지로 소통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이모지피디아 창립자 제레미 버지가 만들었으며, 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이모지는 단순한 그림문자를 벗어나 문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구글에서는 이모지로 검색이 되고, 미국 도미노 피자는 주문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유익한 도구가 된 것입니다.

이모지는 감정 표현 수단을 넘어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대화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그 위상은 대단합니다. 이모지는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공용어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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