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新 청춘백서] “스트레스 받아 돈 쓴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5 09:00

수정 2017.05.16 13:59

청춘들,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쓰는 돈 늘어 
비속어 섞인 신조어 ‘시발비용’, SNS서 큰 공감 얻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4년 차 직장인 윤서정(가명·여·32)씨는 퇴근 후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종종 방문한다. 윤씨는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쇼핑 욕구가 생겨 습관적으로 들른다”며 “2~3만 원대 물품을 주로 구입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헬스장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PT를 결제 한 적도 있다.

# 디자이너 김솔희(가명·여·31)씨는 싫어하는 상사와 술자리를 가졌다. 김씨는 “의도치 않게 술자리가 생겨 같이 마셨는데 회사 이야기만 해서 짜증 났다”며 “대충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일찍 끝냈다”고 밝혔다. 이어 “싫어하는 사람과 술을 마시니깐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였다”며 “친구들을 불러 술자리를 새로 가져 과음했다”고 덧붙였다.
의도치 않게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된 것이다.

# 유통업에 종사하는 홍동수(가명·남·30)씨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퇴근 후 운전해서 정동진으로 떠났다. 홍씨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 어디든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과속해서 속도위반 딱지를 끊어 벌금을 물게 됐다.

스트레스를 받아 무작정 소비를 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SNS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시발비용’이란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쓰는 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타는데 짜증 나서 택시 타기, 화가 나서 치맥 시켜 먹기 등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스트레스 비용 중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25%)’을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온라인 충동구매하기(24%)’, ‘스트레스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1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가볍게 한 잔 마시고 기분 전환하려다 과음으로 술값 폭탄을 맞았다’, ‘구매 결정을 못하고 미뤄뒀던 상품을 홧김에 구입했다’ 등의 답변도 있었다. 이들은 스트레스 비용으로 1년 평균 23만 5,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적인 소비를 촉진시키는 ‘시발비용’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책 없이 소비를 하다 보니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김동민(가명·남·32)씨는 해외여행을 떠나 기분 전환에 성공했지만, 바닥난 통장 잔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


흙수저, 금수저 등 계급론이 등장한 시대. 취업은 갈수록 어렵고 청춘들의 소비는 물가 상승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에 줄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청춘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유가 없다.
‘시발비용’ 같은 부정적인 신조어가 생겨나는 것은 청춘들의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팍팍한 삶에도 소비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은 아닐까?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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