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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공유경제가 열어준 가능성의 세계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6 17:05

수정 2017.02.26 17:05

[차관칼럼] 공유경제가 열어준 가능성의 세계

세계적 대도시인 워싱턴과 뉴욕의 도로를 달리는 집카(Zip Car)는 시민과 관광객의 자동차다. 미국의 카셰어링 업체 집카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까운 곳의 차량을 예약하기만 하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도심 곳곳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니 대여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고, 무인방식이라 직원을 만나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30분, 1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어 가격도 저렴하다.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런 새 교통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으니 값비싼 차량 구입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정비나 보험과 같이 차량을 유지.관리하는 데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공유차량 1대가 자가용 자동차를 최대 23대까지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97년 1000만대를 넘어선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불과 17년이 지난 2014년에 그 2배인 2000만대를 돌파했다. 그사이 포장도로를 기준으로 도로연장은 1997년 6만2000㎞에서 2014년 8만9000㎞로 불과 43% 증가해 자동차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니 도로에 자동차가 넘쳐나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혼잡비용은 2015년 33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교통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정책적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상황에서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즉 소유에서 공유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앞으로 교통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큰 시사점을 준다.

현재의 카셰어링은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돼 2000년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더불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 2014년 기준으로 세계 60여개국, 1000개 도시에서 카셰어링 업체가 운영 중이며 회원 수는 494만명, 공유차량은 9만2000대에 이른다.

내 집 마련보다 내 차 마련이 우선이 된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카셰어링이 등장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도입은 늦었으나 매년 2배 이상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2016년 말 회원 수 415만명, 공유차량은 1만2000대까지 증가했다.

물론 아직 카셰어링 이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공유차량에서 흡연을 하거나 차량을 제때 반납하지 않는 등 다른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등 무면허자가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해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차량을 공유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함께 정부와 카셰어링 업체의 안전관리 강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셰어링이 얼마나 확산될지, 자동차 이용방식의 대세로 뿌리 내릴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기대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첨단 자동차기술, 즉 자율주행차, 친환경 수소.전기차 등과 빅데이터가 결합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로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고 나아가 기존 버스.택시와 함께 여객운송 수단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유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이나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인 롤프 옌센 등 많은 미래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미래가 소유보다는 공유 또는 경험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제는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잠시 버리고, 즐거운 경험을 주는 새로운 교통서비스에 익숙해질 시점이다. 다 같이 카셰어링에 시동을 걸어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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