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中 보복 노골화.. 10兆 대중투자 '볼모'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7 17:39

수정 2017.02.27 22:12

롯데이사회, 사드부지 제공 의결
中 관광객 매출 의존도 높아 면세점 사업 타격 불가피
롯데가 27일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의 무역 보복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5일 재오픈한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하고 있다.
롯데가 27일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의 무역 보복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5일 재오픈한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하고 있다.

27일 성주골프장의 사드부지 제공계약 승인 소식에도 롯데그룹은 일단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었던 만큼 별다른 충격이나 동요는 없어 보다는 것이 안팎의 공식적인 시각이다.


롯데그룹과 국방부에 따르면 성주골프장을 보유한 롯데상사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골프장과 군이 보유한 경기도 남양주 토지를 맞바꾸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이르면 28일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평온함 유지한 롯데 '속앓이'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결정인 만큼 일개 기업이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향후 합리적인 논의에 따라 후속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그룹이 중국 현지에 투자한 금액이 매출규모로 볼 때 골프장 부지 가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에 진출해 있는 24개 계열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그룹 내부에서는 "골프장 부지 가액와는 비교도 안되는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땅값만 계산해 남양주 군부대 부지를 받는다면 사실상 배임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보복 본격화 우려

재계에서는 당장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중국 당국의 보복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해부터 롯데그룹의 중국 현지 사업장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양에 짓고 있는 롯데타운 공사가 중단된 것이라던지 베이징에서 영업 중이던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세 곳이 문을 닫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의 불시 위생점검이나 소방검열이 강화됐다"면서 이미 보복이 시작됐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래 모두 10조원을 중국에 투자했다.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매출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하고 지난 해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청도에는 롯데계열사 7곳에 참여하는 3조원짜리 프로젝트인 '롯데월드 선양'이 진행 중이고 청도에는 복합쇼핑몰과 아파트 단지 등 롯데타운을 짓고 있다.

■"일개 기업이 뭘 어쩌겠나?"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면세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해 연말부터 중국 당국의 규제강화로 단체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유커(단체관광객)이 줄어든 만큼 산커(개별관광객)의 증가로 큰 손실은 없었다"면서도 "중국당국의 보복이 본격화되면 앞으로는 산커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언론이 지난 달부터 "사드부지를 제공하면 지진이 날 것"이라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단 '중국 측에 롯데의 입장을 잘 설명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보복이 본격화 될 것에 대비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일개 기업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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