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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당신의 선의가 선한 결과만 낳았을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1 16:59

수정 2017.03.01 16:59

냉정한 이타주의 윌리엄 맥어스킬 / 부키
[책을 읽읍시다] 당신의 선의가 선한 결과만 낳았을까

선의와 열정이 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까. '그렇다'고 답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이자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Giving What We Can)'의 공동설립자인 저자는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선의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는 충분히 충격적인 한 마디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떠한 효과도 얻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낫다고 꼬집는다.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의 현지 공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에 분노하고 '공정한 대우'를 외치지만, 그것이 그곳 노동자들에게 행운일지는 알 수 없다.
하루종일 일해 1~3달러를 버는 열악함은 그 자리에서 떠밀리는 순간 공장일보다 더 고된 일에 직면하는 불행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아프리카 물부족 국가에 식수 펌프를 보급하려 했던 '플레이펌프스인터내셔널'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작됐던 사업은 선의와 열정만 앞세운 사업 운영으로 각종 폐해가 드러나며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월드비전, 옥스팜, 유니세프 등 거대 자선단체도 효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보건사업에 비해 비용은 더 많이 들고 효율은 더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재해 구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 차원의 선행도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공정무역 제품 구매도, 노동착취 제품 불매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소용 없다는 수치가 넘쳐난다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열정이 아닌 냉정이라고 말한다.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이타적 행위가 실제로 세상에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착한 일을 하고자 할 때, 마냥 열정만으로 그 일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과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라 간접적 지원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이타주의'는 희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타인의 삶을 개선시킨다'는 단순한 의미로 보고,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찾으라고 말이다.


이 책은 우리의 선행이 선의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만이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일깨운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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