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묻지마 주차' 렌터카 고객님, 연락처는 어디 있나요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4 10:00

수정 2017.03.04 10:00

전화번호 없는 분노유발 렌터카 불법주차
아침 6시. 제주도 건설업자 A 씨는 숙소에서 차를 몰고 현장으로 이동합니다. 어느 날 승합차에 숙소 인부들과 함께 현장에서 쓸 장비들을 싣고 나섰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습니다. 골목 출구를 어떤 렌터카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앞유리에 전화번호를 확인해 빼달라고 요구하려 했으나 연락처는 없었습니다. 대신 차량 문에 적힌 렌터카 회사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연락했으나 이른 아침인지 받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이 지나 겨우 본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렌터카 회사는 “운전자 연락처는 고객 개인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직접 연락해보겠다”고 했지만 얼마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확인 불가능한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실랑이하며 또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이미 그날은 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인부 모두가 하루를 허탕 쳤습니다. 나중에 나와 보니 렌터카는 유유히 자리를 뜨고 없었습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락처 없는 ‘묻지마 주차’ 피해를 보면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관공서 도움을 받아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도 즉시 견인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작업 공간이 좁거나 규정상 견인이 불가한 경우입니다. 견인 처리에 성공했다 한들 그때까지 지체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누구든 분노가 치솟는 상황입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은 막은 차 운전자가 연락받은 즉시 차를 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운전자 연락처를 게시하는 문화는 상식이 됐습니다. 남겨 놓은 전화번호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간에 주차했을 때 신속히 연락받을 수 있습니다. 운전자 누구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강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정착된 매너입니다. ‘주차번호판’은 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에서 차량 액세서리로서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알리는 게 신경 쓰이는 운전자도 방법이 있습니다. LED 창에 일시적인 가상 번호가 생성되는 기기나 대표번호 ARS를 이용한 서비스 등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렌터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제주도일 것입니다. 2016년 기준 제주도 렌터카는30,000대가 넘습니다. 이로 인한 주민 불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상점 앞을 가로막은 연락처 없는 렌터카의 영업 방해는 흔한 민원입니다. 꼭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주차번호판’ 문화가 차를 빌렸을 때는 지키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운전자가 자기 휴대전화 번호만 대시보드 위에 남겨 놔도 불편이 줄지 않을까요? 연락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렌터카 출고 시 업체에서 고객에게 번호를 남겨 놓도록 적극 권유·유도만 해도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 렌터카업체들이 모인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관계자는 “과거 소수 업체에서 비슷한 캠페인을 했는데 고객 참여가 저조해 실효성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주차 문제 발생 시 차량 외부에 적힌 업체 연락처로 전화하면, 업체에서 운전자에게 직접 연락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렌터카에 업체 연락처가 적힌 것도 아니고, 영업시간이 지나 받지 않으면 그만이니 속 시원한 해결은 안 됩니다.

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사정은 있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운송 관련 법이나 제주도 조례에) 렌터카의 운전자 연락처 기재 여부는 의무 사항이 아니므로 강제하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미 시중에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 등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주차번호판 문화가 정착한 지 오래입니다.
고객이 연락처를 남겨 놓도록 권유하는 업계 차원의 노력과 운전자의 참여가 필요해 보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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