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헌재 선고, 이후가 걱정스럽다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5 17:16

수정 2017.03.05 17:16

[데스크 칼럼] 헌재 선고, 이후가 걱정스럽다

이르면 이번주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양 극단으로 치닫는 대립이 우려스럽다. 선고 이후 우리 사회의 분열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4일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탄핵 찬성-반대 측의 집회에서 나타난 열기나 주장을 보면 탄핵 인용이든 기각, 또는 각하든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상대방은 쉬 승복할 것 같지가 않다.

현대국가에서 대화와 타협을 골자로 한 '정치'가 중요해진 것은 승복이 전제됨으로써 갈등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 운영의 또 다른 축이기도 한 '법치'는 강제성이 동반돼 어느 한쪽은 내심(內心)으로부터 승복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돌이켜 보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지리멸렬, 노골적인 당리당략이 오늘과 같은 혼란을 불러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 진영의 확대되는 갈등을 치유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앞장서 부추기는 모습에서 도대체 정치가 있기나 한 것인지, 정치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어쨌거나 박 대통령 퇴진 여부는 정치가 아닌 법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뒤 81일간 준비절차 및 최종변론을 포함해 20차례에 걸쳐 재판을 진행하고 증인 25명을 소환, 신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준비기간 20일을 포함, 지난 2월 28일까지 90일 동안 수사를 벌여 30명을 사법처리했다. 헌정사상 두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과 슈퍼특검의 활동이 맞물리면서 국민의 관심은 온통 헌재와 특검에 쏠렸다. 광장에서는 매주 박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을 촉구하는 상반된 집회가 세 겨루기 양상으로 열리고 헌재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도 양측의 사생결단식 공방은 멈출줄 모른 채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다 탄핵심판 선고가 사태 해결은 고사하고 또 다른 극단적 사태의 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거나 탄핵이 기각되면 대대적인 불복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어서다.

물론 어느 쪽이든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불만을 품는 집단은 있게 마련이고 광장으로 뛰쳐나올 수도 있다. 그동안 쌓인 갈등과 대립이 한순간에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것대로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시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대선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이들과 결합해 갈등을 부추기거나 선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미증유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오죽하면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겠는가.

사법제도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 대통령 진퇴 문제가 정치적 해결 실패로 사법절차에 들어간 이상 진보든 보수든, 박 대통령을 지지하든 부정하든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에 승복해야 한다. 그것이 법질서 유지라는 공동의 약속을 통해 개인의 권리를 향유하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따라서 정치권과 촛불·태극기 세력 모두 이제는 차분히 헌재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이후 난국을 헤쳐갈 지혜와 힘을 모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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