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제동 풀린 물가 이대로 둘텐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5 17:16

수정 2017.03.05 17:16

[차장칼럼] 제동 풀린 물가 이대로 둘텐가

"가격을 올리면 어차피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아예 많이 올리는 게 낫죠."

지난주 만난 한 치킨집 사장은 닭고기값 상승에 따른 치킨가격 인상 여부를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1000원이나 2000원 정도 올려봐야 수입이 별로 달라지는 게 없고 욕만 먹는 셈"이라며 "올리는 김에 많이 올리자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리는 것도 묻어가려는 것"이라며 "한꺼번에 욕먹고 지나가면 더 수월하다"고 했다.

최근 일부 외식업체의 얄팍한 상술이다. 계란값이 아무리 올랐다 해도 외식물가가 덩달아, 그것도 큰 폭으로 줄줄이 오르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원가상승은 핑계에 불과하고 남이 올릴 때 슬쩍 따라 올리면서 '한탕'을 잡자는 심산이다.
그렇다고 원가가 내렸다고 가격을 내리는 업체는 없다. 식품 같은 기초 생필품은 경기 영향을 타지 않아 불황기에도 수요위축에 대한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시장이 크지 않아 다른 나라에 비해 독과점 품목이 많다. 대체재가 제한된 만큼 해당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쟁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가격을 올릴 유인이 없더라도 이에 편승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김밥 가격은 작년 동기에 비해 7.6% 올랐다. 외식품목 중 최고 상승률이다. 라면도 4.5% 올라 상승폭이 컸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더불어 볶음밥은 3.4%, 갈비탕은 4.2%, 불고기는 3.2%, 짬뽕은 3.1%, 짜장면은 2.5% 올랐다.

경제자유화에 따라 정부의 가격조정 역할이 줄어든 데다 최근 시국마저 어수선해지면서 정부의 개입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인인 소비자는 조직화돼 있고 많은 정보를 가진 기업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에서 물가감시 역할은 결국 소비자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물가감시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있다. 2013년 출범한 물가감시센터가 대표적이다. 물가감시센터는 전국에 370여명의 물가감시원을 두고 가격 조사와 감시 활동을 한다. 전문가인 회계사를 고용해 공산품과 공공요금 등 가격을 조사해 분석보고서도 낸다. 2012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내에 설치된 소비자정의센터도 이동통신 요금할인제의 모순을 폭로하는 등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관리에 대놓고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소비자단체들의 신고와 분석 내용을 토대로 독과점 시장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악덕기업 제재에 나서야 한다. 소득이 오르지 않는 경기불황기에 물가만 오르면 소비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격인상과 소비위축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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