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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미협회 회장 "한·미 FTA 재협상, 서비스·지재권분야 사전대비책 세워야"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6 19:18

수정 2017.03.06 22:20

트럼프시대의 한·미 외교,  박진 한미협회 회장에게 듣는다
한.미 FTA 미국에도 분명히 이익.. 양국간 균형적 협정이란 점 인식시켜야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북한과 빅딜 가능성 높아.. 선제타격론은 北 압박용
한.중 사드갈등은 중국의 과도한 간섭.. 솔직한 대화로 불신.오해 해소해야
박진 한미협회 회장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최근 고조되는 한·미 간 통상압력 우려와 관련, "미국에서 (재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앞으로 우리 쪽에 법률.의약품 서비스 개방 확대와 지식재산권 관리 강화 등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경계했고, 우리로선 자동차.석유화학.전자제품 등 주력 수출분야에 대한 대책 수립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수송동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어느 한 쪽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양국 간에 도움 되는 것이라는 중요성과 효용성이 정확하게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진 한미협회 회장은 6일 서울 수송동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거론에 대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주문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진 한미협회 회장은 6일 서울 수송동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거론에 대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주문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박 회장이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시절인 지난 18대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만큼 누구보다 한·미 FTA의 실질적인 내용을 꿰뚫고 있다.
박 회장은 "한·미 FTA는 한·미 양측에 호혜적이고, 균형적인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박 회장은 특히 향후 한미협회의 역할론에 대해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한·미 동맹을 순조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민간외교가 중요해졌다. 민간 차원의 소통과 관계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고강도 보복조치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며 "우리의 주권과 국익이 걸린 안보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간섭은 오히려 중국에 대한 반감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중은 오해와 불신을 최소화하며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관련해선 잇단 미사일 도발과 최근 김정남 암살사건 등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북한의 계속되는 심각한 도발과 위협에 대해선 우선 강경대응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선제타격론은 실제 사용 옵션이라기보다 대북 압박용으로 대화 촉진을 위한 수단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특히 타고난 비즈니스맨이자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그랜드바겐'(Grand Bargain.북한이 '비가역적 핵폐기' 조치에 나서면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일종의 빅딜 개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한 비즈니스맨으로 평가받는데 이제껏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시스템에 따라 통상압력 걱정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기존 통상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얘기했다. 특정 국가를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인 정책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어느 한 나라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양국 간에 도움 되는 것이라 중요성과 효용성이 정확하게 인식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가 줄고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상품교역에선 한국이 흑자를 봤지만 서비스 면에선 미국이 흑자다. 전체적인 한·미 무역량이 늘어났다. 결국 양쪽이 도움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물론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확하게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우리가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사오는데 이것도 미국과 FTA를 맺고 있어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가능했다. 5년 전 발효된 FTA의 효과가 한·미 에너지협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싼 에너지를 중동에서 사는 것보다 동맹국에서 사는 게 훨씬 이익이다. FTA가 주는 효과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 인식으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FTA를 재협상하자는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것을 재검토해서 어떤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에 보완조치가 필요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무역적자 관련 정책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미국에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사전에 대비책을 세우고, 협상 여지가 필요한 것은 미국과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다. 최근 USTR에서 의회에 제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미 FTA가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2배 이상 증가시켰고, 이는 미국인들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USTR 보고서에 따라 한.미FTA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내 법률, 의약품 서비스 개방 확대, 지식재산권 관리, 감시 강화 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우리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 주력수출 분야의 대책도 요구된다

―북한 문제 리스크가 크다. 일부에선 선제 타격론도 나오는데.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결론적으로 거의 방치 상태였다. 그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향상시켰고, 최근에는 맹독성 물질로 김정남을 피살하는 테러리즘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결국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 하고, 국민적 결의가 있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제재와 압박, 대화와 협상을 통해 지혜를 펼쳐야 한다. 결국 한국과 미국이 동맹으로서 결의와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트럼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예측하기 이르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독극물 테러로 인해 강경한 자세로 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신임 국방장관은 제일 먼저 한국을 찾아 북한에 아주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했기에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그래서 현재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더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이고, 현재 하고 있는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특히 금융적인 문제를 통해 북한의 돈줄을 옥죌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철저한 협상논리를 북한에 적용해 '그랜드 바겐'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러한 북한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중단하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 가능성은.

▲이론상 북한의 공격이 임박할 때 북한 내 전략적 목표를 먼저 타격할 이론은 있다. 그러나 실제상으로 보면 한반도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역공, 소위 카운트어택이 일어날 때 초래될 희생과 피해가 뒤따라서 위험한 옵션이다. 그런 인식도 같이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어떤 실제적으로 사용하는 옵션이라기보다 북한 압박용으로 생각이 된다. 대화 촉진을 위한 하나의 역할이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서 압박하는 것과 실제 타격은 별개 문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 배치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 마찰이 심한 상태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조치다. 이것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중국을 위협하기 위한 살상무기가 아니다. 최근 국방부와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교환계약을 한 것은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열었다. 이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준단교' 발언부터 한류금지, 관광통제, 한국상품 보이콧 등 보복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것은 한·중 양국에 서로 손해이며 깊은 상처만 줄 뿐이다. 한국의 주권과 국익이 걸린 안보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간섭은 오히려 중국에 대한 한국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위협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수록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키 위해 남한에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정당화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도 중국과 성의 있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오해와 불신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 관계는 단순히 사드 문제를 넘어서 더욱 광범위하고 실질적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중국의 지렛대 역할이 있지 않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중국이 그 역할을 안 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이 마음만 고쳐먹으면 금방 풀 수 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 쉽지가 않다. 중국은 우선 북한이란 전략적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만일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핵을 가진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북한이 붕괴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중국 생각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 있어 중국 스스로 역할의 틀을 정해놓고 있다. 중국은 그 틀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갑자기 불안정성이 야기돼 급변사태가 오는 것보다 현상 유지하는 것이 중국에 도움 된다는 기본적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중국이 한반도에 가지는 근본적인 전략이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협회의 앞으로 역할을 밝힌다면.

▲트럼프 시대를 맞이해 한·미 간에 공공외교가 더욱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로 성공한 정치 아웃사이더 출신으로, 딱딱한 공식외교보다는 인간적 의리와 신뢰를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한·미 간 안보, 경제 등 당면현안을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이고 정책 싱크탱크, 재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 등의 다양한 소통창구가 가동돼야 한다. 한미협회는 양국 간 가장 유서깊은 민간 친선교류단체로 공공외교활동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저 자신이 그동안 외교부와 청와대 등 정부에서 일하고 학계, 법조계, 정계에 있으면서 얻은 경험과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미 간 민간외교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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