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논단] 교육처럼 출산 예산도 법으로 정하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8 16:56

수정 2017.03.08 16:56

[fn논단] 교육처럼 출산 예산도 법으로 정하자

대선주자들 발걸음이 빨라지고 정책공약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대선공약 정책 밥상을 보면 출산 관련 정책들이 제법 가운데 자리로 이동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책 반찬의 종류는 18대 대선 대비 거기서 거기라는 평가들이다. 정책 반찬을 차려낼 재료비, 즉 예산편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의 문제에 이르면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 없이는 그림의 떡인데 예산의 구조조정이나 신규 재원 조달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 특단의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은 마음먹고 그 문제를 따져보고 싶다.


대한민국 앞날에 제일 걸림돌인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동의는 이미 광범위한 것 같다. 영유아 보육은 물론, 청년 일자리와 주택지원정책 등 출산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에 대한 논의도 제법 나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써서 거둘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제 아무리 잘난 정책이라도 단품정책 한두 개 가지고는 일시적 반등은 몰라도 지속적인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출산력 저하는 이미 하나의 항수(恒數)가 돼버렸다. 지속적으로 쉼 없이 꾸준히 떠받드는 반중력(反重力)의 힘을 장착하지 않는 한, 출산율은 한사코 다시 떨어지는 시지프스의 바윗돌이 되었음을 이제는 좀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출산율을 올리려면 관련 정책들 간 상호 시너지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장기적 계획은 물론이고 이를 집행할 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좀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래서 필자는 주장한다. 그동안 교육사업에 부여해온 재정투자 우선권을 이제는 출산정책에도 부여하자. 이른바 출산예산 트랙을 별도로 구축,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당연 배정(예컨대 약 2%)해 그 예산만큼은 오로지 출산력 제고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대선주자들은 임기 내 가용한 총 예산규모 안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와 함께 목표 출산율을 공약으로 내거는 한편, 예산효과성 자료를 첨부자료로 제시하도록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자주 논의되는 인구청 신설은 바로 이 예산의 집행 및 심의를 뒷받침하는 정부조직으로서 기능하게 하면 될 것이다.

자원빈국 대한민국이 이만큼 부강한 나라가 된 데는 인재양성에 투자한 현명한 정책 안목이 한몫했다고들 한다. 이른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 하여 다른 예산과 달리 내국세의 얼마(최근엔 20.27%)를 고정적으로 우선 배정한 덕분에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교육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작금에는 이 제도운영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산운영의 방만함, 교부금 사용의 효율성 담보 문제, 지방정부의 자율성 저하 등등 출산예산 별도 트랙은 이런 문제를 비켜갈 방법도 없지 않다고 본다. 예산투입을 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예산이라도 투입해 출산율을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면 진지하게 좀 생각했으면 한다.
획기적인 출산정책으로 출산 예산트랙 별도 구축과 인구청 신설을 말이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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