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에 집착하는 초대형 IB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9 16:54

수정 2017.03.09 16:54

[기자수첩] 부동산에 집착하는 초대형 IB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뜨거운 부분은 '부동산 투자비율'이다. 만기 1년 이하의 기업어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중 10%만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내용이지만 업계는 이를 최대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초대형 IB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처럼 용두사미로 전락할까 우려돼 소극적인 분위기가 읽혀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부동산 투자에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도록 못 박을 계획이었다. 이 또한 업계의 반발로 10%로 늘려준 것이다.
그런데 10%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또다시 금융당국에 요청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이렇다. 부동산 투자비율을 확대할 경우 증권사들의 부동산 쏠림현상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기업의 해외진출이나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IB 업무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초대형 IB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한 만큼 증권사들의 노력을 보여달라는 말이다.

업계는 최근 대체투자 등이 해외부동산에 집중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비율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만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은 증권사보다 금리가 낮은 은행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증권사가 제시할 기업금융 수단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도 난감하다. 초대형 IB를 육성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처럼 기업금융 규모가 늘지 않고 말뿐인 대책이 돼버리면 그동안 증권사 인수합병(M&A)으로 시작한 대형화에 이어 규제 완화의 의미가 퇴색된다. 일단 부동산 투자라도 열어놔야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시작됐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증권사의 부동산 쏠림현상이 아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증권사들의 핑계가 가장 문제다. IB 업무는 스스로 발굴해야 자신만의 트랙레코드(실적)가 쌓인다.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가 왜 크게 증가했을까. 은행이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라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실적이었다. IB 실적은 쉽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발굴하고 뛰어야 함을 아는 증권사가 진정한 '초대형 IB'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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