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트럼프를 거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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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분열의 핵심은 정당 또는 각주의 분열이 아니다. 이는 세대 간 분열이다. 밀레니얼 세대(18~35세)는 대다수가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표를 던졌고, 그의 정책에 저항하는 근간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이 많은 미국인들도 분열됐지만 45세 이상은 트럼프의 주된 지지기반이 되고 있다.

청년과 노년층의 정치에는 최소한 3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청년들은 노년 세대에 비해 더 사회진보적이다. 그들에게 인종, 종교, 성적으로 다변화하는 미국은 별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미국 출생, 이민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사회인 미국이 늘 알고 있는 나라다. 이들은 특히 할아버지(트럼프) 세대에게는 금기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성전환자(LGBT) 등의 존재를 수용한다.

둘째, 청년들은 정보혁명이라는 유례없는 경제적 도전에 맞닥뜨려 있다. 이들은 시장이 노동에서 자본(로봇, 인공지능, 스마트 기계 등)으로 급속히 회귀하는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부유한 노년층은 동일한 기술혁명에 따른 증시 붐을 즐기고 있다. 트럼프는 젊은 세대에 추가 부담이 될 더 큰 재정적자를 대가로 부유한 노년층(트럼프 내각 대부분을 차지하는)에 더 혜택을 주게 되는 법인세와 부동산세 인하를 팔고 다닌다. 사실 젊은이들은 정반대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청년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에 비해 기후변화와 그 위협을 훨씬 더 크게 자각하고 있다. 이들은 청정에너지를 원하고, 그들 자신과 자녀들이 물려받을 지구를 파괴하는 것에 대해서도 맞서 싸울 것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더 나이 많고 백인, 미국 태생인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부유한 노년층에 대한 감세를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젊은 세대에 더 큰 부채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 1조달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또 그는 미래 환경재앙이라는 비용을 대가로 미국의 석탄·석유·가스 매장량에서 몇 년 더 이윤을 쥐어짜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트럼프의 과거 지향적 관점을 그의 나이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올해 70세인 트럼프는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그렇지만 나이는 단일 또는 주된 요인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후보 가운데 밀레니얼 유권자들의 영웅이었던 버니 샌더스는 75세다. 문제는 관점과 정치적 지향이지 신체 나이가 아니다. 트럼프는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시간의 지평이 짧다. 또 청년 세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신기술, 노동시장 변천, 학자금융자 부담 등을 겪어본 적도 없다.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은 전환점이 아니라 일시적 잡음이다. 오늘날의 미래 지향적 밀레니얼 세대는 곧 미국 정치를 장악하게 된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진보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신기술의 경제적 과실을 훨씬 더 공정하게 공유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너무도 많은 이들이 미국을 뒤바꿀 결정적 요인으로 고착화된 전통적 미 의회의 양당구조에 천착하고 있을 뿐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인구 변화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샌더스는 밀레니얼 세대에 어필하면서 거의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뻔했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이들이 지지하는 이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제프리 삭스 美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