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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무인기에 눈돌린 페북, SNS 안주한 트위터.. 결과는 극과 극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2 16:56

수정 2017.03.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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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전략으론 생존 불가능.. 4차산업시대, 융합하라
같은 SNS로 출발했지만
페북, 올해 시총 447조원 성장.. 트위터, 실적악화.구조조정 신세
전자상거래 대표주자도 명암
아마존, 클라우드 등 신사업 개척.. AI 플랫폼 '알렉사'는 독보적
이베이, 페이팔 인수 이후 잠잠
스타트업도 비껴갈수 없어
앱으로 승객-차량 이어주는 우버 자율주행차 등 접목.. 끝없는 혁신
에버노트, 지사 폐쇄 등 경영위기
전세계 경제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융합 서비스 발굴'이 기업 생존을 가늠하는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기업이 차별적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방식이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이 모든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독불장군' 전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혼자 새 시장을 만들고 독차지하겠다고 나선 글로벌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부터 유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ICT를 결합하겠다고 일찌감치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간 협력을 통한 융합에 성공한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융합'이 새로운 생존방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최근 지진, 화재 등 자연재해나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으로 안전 확인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헬프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은 커뮤니티 헬프 기능 실행 모습.
페이스북이 최근 지진, 화재 등 자연재해나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으로 안전 확인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헬프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은 커뮤니티 헬프 기능 실행 모습.


융합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혁신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개별적 기술의 발전이 아닌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양한 학문, 기술, 전문 영역간의 융합은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파괴적인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협력에 성공한 기업과 협력하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명암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 방식을 찾아본다.

■SNS 양대산맥 페이스북 vs. 트위터의 명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출발은 비슷했다. 페이스북은 2004년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 학생들의 친목 사이트로 처음 만들었다. 이후 점차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나가며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13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06년에 이르러 가능해졌다.

트위터도 2006년 잭 도시,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등이 공동개발한 미니 블로그로 시작해 친구맺기, 메신저 기능 등을 한데 모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발전했다. 트위터는 140자로 제한된 글자수로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점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SNS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양사의 행보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곡점이 됐다. 트위터가 기존의 SNS에 안주하며 서비스를 유지하는 사이 페이스북은 무인기와 가상현실(VR) 등으로 눈을 돌려 융합 서비스 발굴에 집중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전문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VR 유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네트워크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오지에는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는 드론 아퀼라를 띄워 정보 불균형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융합 서비스에 대한 대응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기업가치 차이를 확인시켜준다. 페이스북은 2012년 시가총액이 1040억달러(120조172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7년 3871억달러(447조2940억원)으로 성장했다. 반면 트위터는 실적악화와 구조조정, 매각 무산 등의 과정을 겪으며 2017년 시가총액이 116억달러(13조 4038억원)에 그치고 있다.

아마존 음성비서 '알렉사'가 적용된 포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아마존 음성비서 '알렉사'가 적용된 포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자상거래 아마존 vs.이베이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이베이도 융합 서비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마존은 1994년 인터넷 서점 서비스로 출발해 현재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베이 역시 1995년 인터넷 경매 서비스로 시작해 아마존과 동일한 전자상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는 지금도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양사의 가치평가는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등의 신사업으로 기존 사업의 융합을 추진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는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가 단연 돋보였다. 알렉사가 적용된 기기는 가전에서 반도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CES 2017'의 숨은 주인공으로 꼽히기도 했다.

아마존이 융합 서비스에 몰두하는 사이 이베이는 기존 사업 강화에만 주력했다. 특히 이베이가 2002년 온라인결제 솔루션인 페이팔을 인수해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당시 신의 한수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팔 인수는 원활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융합 서비스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양사의 서로 다른 선택은 기업가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아마존은 1994년 4억달러(4622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2017년 3961억달러(457조6935억원)에 달하고 있다. 20년 사이 기업가치가 10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대로 이베이는 2017년 시가총액이 362억달러(41조8291억원)로 자회사인 페이팔의 시가총액 504억달러(58조2372억원)보다 낮다.

융합연구정책센터 하성도 소장은 "아마존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의 신사업으로 기존사업 융합을 꾀했고, 이베이는 온라인결제 솔루션인 페이팔을 품는데 그쳤다"며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0년 사이 1000배나 증가했지만, 이베이는 오히려 자회사 페이팔보다 기업가치가 낮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우버 vs. 에버노트

융합 서비스의 필요성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서도 발견된다. 2008년 출시된 스마트폰 메모장 에버노트는 개인일정 관리와 자료 공유, 다양한 플랫폼과의 연동성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기준으로 이용자가 1억5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때문에 에버노트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면 기업가치가 1조달러(1155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에버노트는 그러나 클라우드 메모 서비스에 그치며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력 18% 감축, 해외 지사 폐쇄 등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기업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IPO나 매각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에버노트보다 늦은 2010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현재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우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출시돼 2015년 기준 전 세계 3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승객을 일반 택시와 연결해주는 '우버 택시',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하는 '우버 엑스'가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다. 우버의 등장은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카카오 택시', 중국의 '디디콰이디', 싱가포르의 '그립택시', 인도의 '올라' 등이 우버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운송에 융합 서비스를 더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개인용 항공기(PAV) 등을 접목해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버의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이미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버는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1555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2017년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625억달러(72조2187억원)으로 평가된다.


하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융합은 학술 연구의 지형만 아니라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업의 성패도 가르고 있다"며 "초연결사회가 구현돼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론적 관점의 융합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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