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기업과 취준생의 '무스펙 채용' 동상이몽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3 08:56

수정 2017.03.13 08:56

/사진=인크루트
/사진=인크루트

"실무에 쓸모 없는 스펙을 보지 않겠다. 우리 기업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겠다."
최근 무(無)스펙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무스펙 채용'에도 회사와 취업준비생 간 동상이몽은 존재했다.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무스펙 채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준생 10명 중 8명은 구직을 위해 기업의 경영환경을 분석하고 있으며, 자료 조사를 위해 증권사 리포트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해 인사담당자 회원 309명을 대상으로 ‘무스펙에 대한 인사담당자의 생각’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먼저 인사담당자 309명에게 무스펙 채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조사 결과, 인사담당자 66%는 무스펙 채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이의 절반에 불과한 34%에 그쳤다.

인사담당자들이 무스펙 채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펙이 좋아도 실질적으로 능력이 없는 사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3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스펙 말고도 평가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27%)’가 그 뒤를 이었으며, ‘스펙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므로(24%)’, ‘스펙이 좋은 사람이 너무 많아 평가하기 힘들어서(7%)’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질문 ‘스펙을 안 보는 대신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은 무엇입니까’에 ‘관련 실무 경험(25%)’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차지했으며, ‘지원 직무에서 갖춘 직무역량(17%), “지원자의 진중한 태도(15%)’, ‘구체적인 지원동기(12%)’, ‘회사에 대한 관심도(10%)’, ‘구체적인 계획과 포부(10%)’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들은 무스펙 지원자를 실제로 채용한 적이 있을까? 인크루트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61%는 ‘실제로 채용했다’고 답했고, ‘채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39%였다.

무스펙 지원자를 실제로 채용한 이유로는 ‘스펙이 없어도 실질적인 업무 경험이 많아서’가 전체 응답률 24%로 가장 많았고, ‘지원 직무에서 갖춘 직무역량이 무스펙을 커버해서(17%)’가 그 뒤를 이었으며, ‘지원자의 뚜렷한 입사계획이 보여서’가 16%, ‘스펙 이외에 남들과는 차별화된 요소가 있어서’가 14%로 집계되었다.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인사담당자들은 인재를 선발할 때 ‘직무’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인사담당자들에게 무스펙 지원자를 선발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더니, ‘있다’는 응답자는 85%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없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설문 응답자가 재직 중인 회사의 규모로는 중소기업(종업원 수 300인 미만)이 57%로 가장 많았으며, ‘중견기업(종업원 수 300~999인)’과 ‘대기업(종업원 수 1000인 이상)’ 각각 20%, 14%로 나타났다.

/사진=인크루트
/사진=인크루트

이처럼 기업이 스펙보단 실무 경험을 중시하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증권사 리포트, SMINFO, ISTANS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채널을 이용하며 기업 분석을 하고 있었다.

공채를 준비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들 중 78.1%는 공채 준비를 위해 산업·기업·자기분석의 과정을 거친다고 답했다.

이중에서는 직무분석(34.5%)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기업들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직무분석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기업분석(32.2%), 자기분석(23.2%), 산업분석(10.1%)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어떤 방법으로 분석 자료를 모았는지 물어봤다. 구직자들은 ‘취업포털 사이트(21.0%)’를 가장 대표적인 자료수집 채널로 활용하고 있었다. ‘기업 홈페이지의 기업소개 섹션(18.7%)’, ‘취업관련 인터넷 카페(14.3%)’, ‘뉴스 기사(12.0%)’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자료수집은 4개 채널 밖에서도 진행됐다.
‘교수님 등 지인(3.8%)’에게 묻는 것도 모자라 아예 직접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문의(2.1%)’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기업 IR리포트(6.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4.3%)’, ‘중소기업현황 정보시스템(SMINFO, 1.5%)’, ‘산업통계 분석시스템(ISTANS, 0.4%)’ 등의 채널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더 파악하기 위해서인 듯 일부 구직자들은 ‘기업의 온/오프라인 사보(7.0%)’도 찾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기업들이 제시하는 자기소개서 문항이나 면접 질문들이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취준생들의 ‘취업공부’의 난이도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면서도, “그런 과정에서 산업 전반적인 동향을 이해하게 된다면 구직 노하우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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