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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금감원, 진정한 소비자보호 판결은?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3 17:18

수정 2017.03.13 17:18

[차장칼럼] 금감원, 진정한 소비자보호 판결은?

자살보험금 피해자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회사 '빅3'의 관심이 이번주 목요일(16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쏠려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3일 결정된 제재심 결정 이후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다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당초 제재심에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삼성생명에 대해 영업정지 3개월과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 한화생명에 대해 영업정지 2개월과 CEO 문책경고가 결정된 이후 두 업체가 모두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게 그 이유다.

이제 관심은 삼성.한화생명의 제재 수위가 지난달 제재심 하루 전에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발표해 영업정지 1개월과 CEO 주의적 경고에 그친 교보생명과 비교해 얼마나 완화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제재심 재논의가 결정되자 해당 업체들은 보험금 지급 범위가 교보생명보다 넓다며 CEO 제재 및 영업정지 기간을 대폭 완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에선 삼성과 한화가 CEO 문책경고를 피하기 위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으나 이들 업체 담당자들은 영업정지가 더 큰 이유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2~3개월의 영업정지 제재를 받게 되면 영업조직이 사실상 와해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생계위협에 시달리다 보험사를 이직할 수밖에 없어 영업조직을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진 원장이 제재심 재논의를 결정하면서 "이번 사안이 사회적 관심이 지대하고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중대한 사정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 부분에서도 이 같은 고뇌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결정되고 난 후에야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며 선처를 바라는 보험사에 대해 제재 결정 이전에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보험사 수준으로 제재를 낮추는 게 감독당국의 원칙에 맞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법원에서 양형을 구형하기 직전에 죄를 뉘우치고 자백해 감형받았다고 하자 반면 B는 양형 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다 중형을 받은 이후에야 죄를 뉘우치고 자백했다면 양형을 다시 낮춰야 하는가.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제재 결정 후 지급하겠다고 나선 보험사에 대한 제재 완화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원칙에 맞게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이라는 입장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제재심으로 넘어갔다.
16일 제재심에서 진정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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